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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는 왜 부활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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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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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오의 책이 유행이다. 지난달 중앙공산당교에서 2차 대전 당시 마오쩌둥의 연설문이 필독서가 됐다. 『장기전을 논하다(論持久戰)』는 책으로, 1938년 5월 26일부터 6월 3일까지 옌안(延安) 항일 전쟁 회의에서 마오쩌둥의 교시가 담겼다.

마오는 “일본이 쇠퇴하고 있다. 군중을 동원해 적의 우세를 약화시키고, 작은 승리를 축적해 큰 승리로 이끌라”고 지시했다. 여론전과 약점을 파고드는 지구전 전략으로 군을 다시 결집했다. 그의 메시지가 미·중 간 격렬해지는 경쟁 속에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당교는 “이처럼 광범위하고 충격적인 힘을 가진 연설은 역사상 드물다”고 추켜세웠다.

중국은 대미 관계에서 ‘상호 존중’과 ‘상생 협력’을 강조하며 지나친 경쟁 구도로 가는 것을 피해 왔다. 트럼프 정부 때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심화된 상황은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전체주의 위협의 증가로 간주해 동맹국을 설득하고 있다.

글로벌 아이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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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주미중국대사로 부임했다. 미국에 도착해 올린 첫 트윗에서 “새 여정을 시작하기 전 중국 공산당이 시작된 상하이 1차 공산당 대회장을 다녀왔다. 초심을 기억하자”고 썼다. 그는 ‘전랑외교’의 전형이란 평을 받는 외교관이다. 부임 전 뉴스와 의전을 담당하며 외국 언론에 날카롭게 대응해왔다. 친 대사는 정작 미국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 대신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사에 미국에 대한 속내가 담겼다. 미국을 이해하는 입장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다. 맞서겠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외교 총책임자인 양제츠 정치국 위원의 대미 접근 방식에 시 주석이 불편한 속내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대사는 귀국한 뒤 소식이 끊겼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톈진에서 맞이한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레드라인’ 목록을 전달한 미정부에 오히려 “중국을 악마화해 미국 내 구조적 모순을 전부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 미국이 잘못된 생각과 위험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역공했다. 대결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자는 말에는 “중국을 억제하려는 은밀한 시도”라고 거부했다. 당시 회담장엔 중국 기자만 들어갈 수 있었다. 회담이 끝나기도 전에 중국 입장만 쏟아져 나왔다. 미국 눈치를 더는 보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졌다.

일련의 흐름이 암시하는 바는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중국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