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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이나 쓰는 마스크" 꺼리던 美…이젠 67% "아프면 쓸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30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앞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30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앞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초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할 때 마스크 착용자를 찾기 어려웠다.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아시아인을 폭행할 정도로 미국인들은 마스크를 꺼림칙해 했다.

WP 설문조사, 코로나19 종식 후 #"아프면, 붐비면 마스크 쓰겠다" #마스크 터부시했던 문화에 변화 #야외, 편한 옷 더 많이 선택할 것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인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미국인 3명 중 2명은 코로나19가 끝나도 몸이 아플 때는 마스크를 쓰겠다고 답했다. "아시아인이나 쓴다"고 했던 마스크가 미국인 생활에 깊이 자리 잡은 것이다.

또 미국인 3명 중 2명은 팬더믹 이후에도 계속해서 편안한 옷을 더 자주 입을 것이고, 4명 중 3명은 야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8일(현지시간) 전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WP와 조지메이슨대가 지난달 6~21일 미 전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는 팬더믹이 종료돼도 "아프면 마스크를 쓸 계획"이라고 답했다. (오차범위는 ±4%포인트)

공화당원도 절반 이상 마스크 사용에 찬성했다고 WP는 전했다. 자신이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아프면 마스크를 쓰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은 10명 중 8명이 그렇게 답했다. WP는 "이 같은 행동 변화는 공공보건 정책을 둘러싼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마저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인 10명 중 4명 이상(43%)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쓸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안 쓸 계획"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지만(54%), 마스크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가 온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이전 마스크 착용은 미국에서 낯선 행위였다. 얼굴을 가리는 행위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은 상점 털이범이 신분을 숨기기 위해 후드티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백인 우월주의 비밀 결사 단체(KKK)가 흰 천을 머리에 뒤집어쓰는 것에 비유하며 설명하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사스(SARS) 대유행 후 중국과 한국, 일본 등지에서 마스크 착용이 익숙해졌다. 또 황사와 대기오염으로 수시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재택근무 하면서 편안한 옷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다시는 과거와 같은 정장 차림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66%는 "편안한 옷을 더 자주 입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가를 즐기는 방법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73%는 "야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답했다.

로버트 블렌던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문화 혁명을 불러왔다"면서 "수천 명이 숨진 상황에서 라이프스타일과 일하는 공간 등에 변화를 줬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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