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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온 전두환…10분뒤 꾸벅꾸벅, 20분뒤 호흡곤란 퇴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심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서 열린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재판에 처음 출석한 뒤 서울로 향했다. 그는 이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는 5·18 유가족들의 외침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을 떠났다.

조는 모습 보이다 호흡곤란 호소해 퇴정도

광주지법 형사1부(부장 김재근)는 9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공판기일을 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2시 30분께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두환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2시 30분께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헬기 사격을 했다’고 증언해 온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쓴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됐다.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1심 선고 뒤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재판은 전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 첫 출석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가 진행됐다. 그는 이름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을 잘 듣지 못해 헤드셋(청력 보조장치)을 착용한 채 대답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거주지조차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재판부가 주소를 묻자 동석한 이순자 여사가 먼저 말하고 전 전 대통령이 따라 부르는 형태로 답변했다.

이번에도 조는 모습…호흡 곤란 퇴정도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회 소속 회원들이 9일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회 소속 회원들이 9일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 전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된 지 10여 분도 지나지 않아 눈을 깜빡거리며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고개를 꾸벅거리며 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재판이 진행된 지 20분을 넘기자 전 전 대통령은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이순자 여사가 “식사를 못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하자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에게 약 10분간 법정 밖으로 나가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

지난해 4월 1심 재판 때는 검찰이 전 전 대통령에게 “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는데 피고인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추궁해 “(5·18)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부인했었다.

하지만 이번 재판은 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의 증거 신청에 대한 판단이 주를 이뤄 피고인에 대한 별도 질문은 없이 속행됐다.

“최고 명령권자 아니다” 증인 기각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9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9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는 재판부에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장사복 전 전투교육사령부 참모장 및 정웅 31사단장과 광주에 투입된 헬기 조종사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헬기 사격 명령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증인 신청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군 지휘계통 특성상 최고 명령권자라면 몰라도 중간 간부가 무시하고 작전 명령했다는 것은 무리”라며 “정호용·정웅 등의 증인 신청은 기각하고 헬기 조종사 4명의 증언은 들어 보겠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이번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는 『전두환 회고록』 집필·편집에 관여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 “재판 지연 걱정말라”

9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전 전 대통령이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법정동을 나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9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전 전 대통령이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법정동을 나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재판부는 이날 재판 말미에 “재판 지연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발언했다. 앞서 전 전 대통령 변호인은 “항소심 재판부가 불출석에 대한 불이익으로 증거신청을 제한하자 이번 항소심 재판 출석을 추진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5·18 단체들은 전 전 대통령 측이 항소심 4개월 만에야 출석을 한 것을 계기로 증인을 과도하게 신청해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염두에 둔 듯 “재판을 지연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항소심 선고 시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판부는 “재판을 지연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고 하고 싶은 의도도 없다”며 “증인·증거 신청이 많아지면 일주일에 두 번도 재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이 재판을 마치고 법정동을 나오자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에게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회원들이 “사죄하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전 전 대통령은 취재진으로부터 “발포 명령 인정하느냐”, “광주시민과 유족들에게 사과할 생각 없느냐”는 질문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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