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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한여름 논에선 벼만 쑥쑥 클까요 물방개·소금쟁이도 함께 살죠

중앙일보

입력

매일 우리 밥상에 오르는 쌀은 벼에서 껍질을 벗겨 낸 알맹이에요. 약 1m 길이의 벼들이 빽빽이 뿌리 내린 논. 자세히 들여다보면 벼 말고도 여러 생물이 살고 있어요. 김재현·임선민 학생기자가 이들을 만나기 위해 김포시 통진읍에 있는 김포시청소년재단통진청소년문화의집방과후아카데미를 찾았어요. 양동희·박은림 선생님이 초록빛 벼가 물결치듯 일렁이는 논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벼가 자라는 걸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에요.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멀리서만 봤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논을 둘러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어요.

김재현(왼쪽)·임선민 학생기자가 김포시 통진읍 부근 논을 찾아 한여름 논에 사는 생물들의 생태계를 살펴봤다.

김재현(왼쪽)·임선민 학생기자가 김포시 통진읍 부근 논을 찾아 한여름 논에 사는 생물들의 생태계를 살펴봤다.

벼가 자라는 논은 한자로 수전(水田)이라고도 해요. 벼의 성장 시기에 맞춰 물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논의 물꼬를 여닫는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이죠. 물과 흙이 있는 곳은 다양한 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입니다. "자연 생태계에는 먹이사슬이 있기 마련인데, 논의 생태계는 어떻게 맞물려 순환되는지 궁금해요." 재현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물벼룩이나 장구벌레처럼 물속 유기물을 먹고 사는 벌레들을 미꾸라지·개구리가 먹어요. 그리고 백로·왜가리·기러기 같은 새들이 미꾸라지나 개구리를 잡아먹죠."(양)

"한여름 논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나요?" 선민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개구리·올챙이부터 잠자리 애벌레·소금쟁이·송장헤엄치게·물땡땡이·물자라·물잠자리·거머리 등을 볼 수 있어요."(양) 곤충뿐만이 아니에요.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논 근처의 웅덩이나 늪지대에는 다양한 식물이 자란답니다. 연꽃·갈대·큰잎부들·미나리 등이 대표적이죠. 이들은 흙 속에 있는 오염물질을 흡수해 물을 청소하고, 대기에서 호흡한 산소를 물속에 공급하며, 뿌리로 물가의 흙이 쓸려나가지 않도록 지탱해요. 백로·왜가리·기러기 등 새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논 생물 생태계 관찰을 지도한 김포시청소년재단통진청소년문화의집 양동희 선생님.

소중 학생기자단의 논 생물 생태계 관찰을 지도한 김포시청소년재단통진청소년문화의집 양동희 선생님.

소중 학생기자단이 둘러보던 논 옆 웅덩이에서도 큰잎부들이 자라고 있었죠. 부들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줄기 위에 달린 열매가 꼭 핫도그를 닮았네요. 큰잎부들은 연못가·강가 등 물에 사는 수생식물이지만, 뿌리만 진흙에 고정돼 있고 잎과 줄기는 물 밖에 나와 있어요. "줄기를 눌러보면 굉장히 폭신폭신할 거에요. 줄기 내부를 구성하는 세포와 세포 사이에 큰 간격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를 통기조직(通氣組織)이라 해요. 통기조직은 산소를 진흙에 잠긴 뿌리까지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해요."(양) 통기조직의 구조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수생식물이 바로 수련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연(蓮)이에요. 양 선생님이 연 줄기를 잘라 패브릭 물감과 함께 소중 학생기자단에 건넸어요. "줄기를 물감에 찍어 천에 도장처럼 눌러보면 연 줄기 단면에 구멍이 뽕뽕 뚫려있는 걸 관찰할 수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물에 사는 식물(수생 식물)인 연 줄기를 잘라 그 단면을 천에 찍어 통기조직 구조를 관찰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물에 사는 식물(수생 식물)인 연 줄기를 잘라 그 단면을 천에 찍어 통기조직 구조를 관찰했다.

웅덩이에 사는 식물 밑동을 관찰하는데, 수면에서 뭔가 열심히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왔어요. "오, 여기 소금쟁이가 있네요."(양) 물 위에 다리를 뻗은 모양이 마치 사람이 엎어져서 대(大)자로 누운 것과 비슷하죠. 소금쟁이의 몸길이는 11~16mm 정도로 작아서 가까이서 봐야 제대로 된 생김새가 눈에 들어와요. 자세히 보니 흑갈색 머리와 몸뚱이에 빽빽하게 난 은빛 잔털이 보였죠. 이 털은 방수성이라 소금쟁이가 물 위를 돌아다닐 수 있어요. "소금쟁이는 물 위에 떠 있는 곤충 등 작은 생물들의 사체에서 체액을 빨아 먹어요. 자세히 보면 더듬이 앞에 가느다란 입이 보일 거예요. 잘못 만지면 쏘일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양) 소금쟁이 근처에서 청개구리와 논우렁이도 발견했죠.

논의 토양은 영양분이 많고 벼의 성장 시기에 맞춰 물의 양도 조절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

논의 토양은 영양분이 많고 벼의 성장 시기에 맞춰 물의 양도 조절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논 주변을 열심히 살피다 보니 어느새 온몸에 땀이 줄줄 흘렀어요. 연신 손부채질을 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덥죠? 이제 자리를 옮겨볼까요. 이 웅덩이에서 볼 수 있는 생물들을 채집해 시원한 그늘에서 살펴봐요." 양 선생님이 뜰채를 하나씩 건넸어요. "웅덩이의 물이 더러워 보여도 아까 본 것처럼 청개구리·논우렁이 등 제법 많은 개체가 살아요. 뜰채로 진흙 위에 고인 물을 뜬 뒤, 뜰채 안에 있는 개체들을 붓으로 조심스럽게 떠내 수조에 넣어주세요." 양 선생님의 말에 따라 열심히 뜰채를 움직이는 재현·선민 학생기자. 어느새 수조 안에 제법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들어찼습니다.

논 주변 웅덩이에서 양동희 선생님과 함께 루페로 관찰할 생물들을 채집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논 주변 웅덩이에서 양동희 선생님과 함께 루페로 관찰할 생물들을 채집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웅덩이는 물론 바다·호수·하천 등 물에 사는 곤충을 수서 곤충(水棲 昆蟲) 혹은 수생 곤충(水生 昆蟲)이라 해요. 수서 곤충은 잠자리·모기 등 애벌레·번데기 시기만 물속에서 지내는 종류와 물방개처럼 일생을 물속이나 수면에서 사는 종류로 구분할 수 있죠. 양 선생님과 함께 채집한 수조 안에서 하루살이·물방개·소금쟁이를 볼 수 있었어요. 박 선생님이 크기가 작은 생물들을 확대해서 볼 수 있도록 루페(확대경)를 하나씩 건넸죠. 수서 곤충들은 자기만의 호흡법이 있어요. 물방개처럼 대기 중의 산소를 마시는 종류는 정기적으로 물 표면에 떠올라 새로운 공기를 몸에 저장합니다. "물방개 엉덩이를 자세히 보면 방울이 퐁퐁 튀어나오는 걸 볼 수 있어요. 물 위로 올라왔을 때 매달아 놓은 공기 방울이랍니다."(박) 반면 하루살이 유충은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기관 아가미를 따로 갖고 있죠. 기관 아가미는 일부 수생 곤충 유충과 번데기에 주로 있는 호흡 기관이에요. 물방개 옆에는 물자라가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작은 어류나 올챙이 등의 체액을 빨아 먹고 사는 친구인데, 부성애가 아주 강해요. 암컷이 수컷의 등에 알덩이를 낳으면 수컷이 부화할 때까지 이고 다니면서 돌봐요."(양) "우와, 신기해요." 루페로 물자라를 들여다보던 재현 학생기자가 감탄했죠. 물자라 밑에는 수정 또아리 물달팽이가 웅크리고 있었어요. "돌이나 수초에 붙어 있는 유기물을 먹는 친구인데요. 껍질 모양이 옛날에 짐을 머리에 일 때 받치던 똬리(또아리)와 비슷하게 생겼죠."(양)

루페로 논에 사는 생물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중인 김재현·임선민 학생기자.

루페로 논에 사는 생물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중인 김재현·임선민 학생기자.

뭍에 사는 곤충들도 만나볼까요. 양 선생님이 따로 챙겨온 통에서 왕귀뚜라미 약충과 땅강아지를 꺼냈어요. 왕귀뚜라미 약충을 루페로 확대하자 등에 작게 돋아난 날개를 볼 수 있었죠. "어른벌레(성충)와 애벌레(유충)를 구분하는 기준은 날개의 유무인데요. 이 귀뚜라미는 지금 어른이 되기 직전인 유충이네요."(양)

곤충은 알의 형태로 세상에 나온 뒤 여러 단계를 거쳐 유충에서 생김새와 생활하는 습성이 완전 다른 성체가 되죠. 이를 변태(變態)라 해요. 곤충의 종류에 따라 변태 단계는 조금 달라요. 나비·파리·모기·장수풍뎅이·사슴벌레·장수하늘소·풍뎅이·무당벌레 등은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 순으로 성장해요. 이를 완전변태(完全變態)라 해요. 반면 번데기 단계를 생략하고 어른벌레가 되는 친구들도 있는데, 이를 불완전변태(不完全變態)라고 해요. 귀뚜라미와 매미·메뚜기·바퀴벌레·노린재 등이죠.

 맨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논우렁이, 왕귀뚜라미 약충, 소금쟁이, 물땡땡이. 한여름 논과 그 주변 웅덩이에서 만날 수 있는 생물들이다. 이들을 포함한 다양한 동식물들이 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형성한다.

맨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논우렁이, 왕귀뚜라미 약충, 소금쟁이, 물땡땡이. 한여름 논과 그 주변 웅덩이에서 만날 수 있는 생물들이다. 이들을 포함한 다양한 동식물들이 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친구는 땅개·땅개비라고도 불리는 땅강아지예요. 땅강아지 역시 불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이죠. 주로 땅굴을 파서 생활하기 때문에 삽 역할을 하는 앞발이 다른 발보다 더 크고 발달했어요. 선민 학생기자가 손에 한 마리를 올려서 자세히 들여다봤는데요. 손가락 사이로 들어가고 싶다는 듯이 계속 앞발로 파고드는 모습이 제법 귀엽네요. "땅강아지는 주로 깨끗한 땅에서만 살고, 주로 저녁에 생활하기 때문에 원래는 보기 힘든 친구예요."(양) "논에 사는 생물 중 환경오염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한 종도 있나요?" 재현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긴꼬리투구새우를 예로 들 수 있어요. 30개의 다리를 이용해 논바닥에 구멍을 뚫어 먹이를 찾는 습성 때문에 잡초와 해충 발생을 억제하는 생물이죠. 그런데 과도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으로 자취를 감췄어요. 환경부에서 2005년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해서 관리한 뒤 7년이 지나서야 멸종위기에서 해제됐어요."(양)

 땅굴을 파서 생활하는 땅강아지는 앞발이 다른 발에 비해 크고 발달돼 있다. 이 앞발은 땅을 팔 때 포크레인처럼 활약한다.

땅굴을 파서 생활하는 땅강아지는 앞발이 다른 발에 비해 크고 발달돼 있다. 이 앞발은 땅을 팔 때 포크레인처럼 활약한다.

매일 밥상에서 마주하는 쌀이 태어나고 자란 논이 이렇게나 다양한 동식물의 터전이었다니 놀랍지 않나요. 이들을 잘 보존하려면 환경오염을 막아야 해요. 생물이 건강하게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인간도 버틸 수 없으니까요. 이번 주말에는 도심을 벗어나 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너무 작아서 못 봤지만 알고 보면 큰 세상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도시에 살면서 논을 탐구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 이번 취재에 참여했어요. 드넓은 초록 논에는 물땡땡이와 꼬마물방개, 물자라, 거머리 등 다양한 개체가 서식하고 있었어요. 생물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특징을 배우니 논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였습니다. 논 주변 웅덩이에 사는 작은 생물들을 관찰하러 직접 웅덩이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흙이 질퍽질퍽해 신발이 금방 더러워졌지만, 아무 상관 없었을 정도로 논의 생태계와 그 속의 생물들은 신비로웠어요. 평소 잘 볼 수 없었던 동식물들을 실제로 관찰하고, 직접 만져봐서 좋았습니다.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논에 직접 가서 생물을 관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김재현(서울 풍성중 2) 학생기자

차를 타고 지나가며 논을 본 적은 있었지만, 가까이 보고 체험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논에는 정말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었죠. 취재를 통해 논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 알게 되었고, 일부는 직접 채집도 해보고 루페로 관찰도 했죠.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생물은 땅강아지였어요. 직접 손에 올려 보았는데, 땅을 파듯이 손가락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땅강아지의 앞다리를 루페로 보았는데 갈퀴처럼 생긴 게 포크레인이 생각났어요. 땡볕에 날이 더워서 좀 힘들었지만, 논에 사는 여러 가지 생물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취재였습니다.
-임선민(서울 명원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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