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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코로나19가 인구문제에 미치는 영향,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안녕하세요, 소중 독자 여러분. 소년중앙 11기 학생기자 정혜원입니다. 여름방학 잘 보내고 있나요? 저는 이번 여름 조금 특별한 경험을 했는데요. 지난 7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한 ‘2021 제8회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에 다녀왔답니다. 대학생 토론대회에 중학생인 제가 어떻게 참여했느냐고요? 전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자격으로 취재진만 앉을 수 있는 기자석에서 대회를 참관했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32강~8강전은 비대면 온라인(zoom) 토론대회로 진행하고, 결선대회(4강~결승)는 대면 토론으로 실시했어요.

‘2021 제8회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에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자격으로 초청받은 정혜원 학생기자가 기자석에 앉아 대회를 참관하고 있다.

‘2021 제8회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에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자격으로 초청받은 정혜원 학생기자가 기자석에 앉아 대회를 참관하고 있다.

인구는 일정한 지역 안에 사는 사람의 수를 말합니다. 출생·사망·이동 등 인구 변화로 인구 규모나 구조가 달라지며 사회·국가·세계적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저출생·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인구문제로 여겨지죠. 또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인구문제가 한층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요. 토론 논제는 ▲싱글 예찬 프로그램은 제한돼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는 또 다른 인구위기이다 ▲65세 정년 연장은 필요하다 등 3가지였습니다. 저도 열심히 자료를 조사하며 ‘만약 내가 토론 참여자라면 어떤 의견을 펼칠까’ 고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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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싱글 예찬 프로그램이 인구문제에 미치는 영향과 해당 프로그램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논제를 생각해봤습니다. 저도 즐겨보는 몇몇 관찰 프로그램이 떠올랐는데, 방송에 나오는 화려한 모습만 보고 1인 가구의 삶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다 보니 인구문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 싶었죠. 하지만 엄연히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데 국가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게 옮은 일일까 의문이 생겨 일단 중립으로 입장을 정했어요. ‘포스트 코로나는 또 다른 인구위기다’라는 논제는 조금 어려워 여러 자료를 참고했죠. 포스트 코로나란 코로나19 극복 이후에 다가올 상황이나 시기를 아우르는 말입니다. 각종 대면 업무·모임 등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생긴 변화가 인구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민해볼 수 있었죠. 지난해부터 온라인 수업을 병행한 학생의 입장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충족할 수 없는 대면 수업의 이점을 몸소 느꼈기 때문에 ‘또 다른 인구위기가 맞다’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는 또 다른 인구위기다’라는 주제를 다룬 4강전. 제가 참관한 토론카페팀(숭실대)과 씨앗팀(연세대)의 토론에서 찬성 측인 토론카페팀은 “대면 활동이 감소하고 비대면 문화가 주류가 됨에 따라 지역주의·고립·양극화 등이 심화하면서 저출생 문제도 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반대 측인 씨앗팀은 “비대면 만남은 불필요한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저소득층·노인 문제 등 고질적 인구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이 마련된 것도 주목할 점”이라고 했죠. 전 원래 찬성 측 입장에 동의했는데, 35분간의 토론이 끝난 후 반대 측 의견에 설득될 정도로 수준 높은 토론이었죠. 비대면 문화가 대면 문화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순 없지만, 우리가 인스타그램·틱톡 같은 SNS를 통해 친구와 소통하는 것처럼 비대면·온라인 교류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갈 수도 있잖아요. 비대면 문화가 주류가 된 포스트 코로나는 오히려 인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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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예찬 프로그램은 제한돼야 한다’라는 논제는 결승전에서 BOSS팀(경희대)과 토론카페팀이 토론했어요. 찬성 측 BOSS팀은 “미디어는 시청자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편적 모습만 보여주는 싱글 예찬 프로그램은 비혼에 대한 시청자의 긍정적 가치관을 심화하고, 이는 또 다른 인구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반대 측 토론카페팀은 “인구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반문하며 “방송을 통제하는 것은 곧 개인의 삶을 억압하는 것이고,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죠. 저는 만약 싱글 예찬 프로그램이 옳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다른 프로그램처럼 시청자로서 비판하고 규탄하면 되지, 나라에서 방송 자체를 금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 반대 측 주장에 좀 더 공감했어요. 토론에 참여했다면 “우리나라 미디어 법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인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 싱글 예찬 프로그램이 공익·국익에 반할 정도로 시청자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방송을 통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을 거예요. 결국 영예의 대상을 받은 토론카페팀의 방수진씨는 “이번 토론대회를 통해 일상에서도 인구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죠.

인구문제는 저와는 먼 얘기라 생각했는데, 정치인·교수님도 아닌 대학생이 직접 의견을 피력하고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토론대회라니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과 달리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고, 제 의견과 다른 견해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일반 참관자가 아닌 기자 자격으로 토론대회를 취재하니 색다르기도 하고, 저도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주장을 내세우는 능력을 길러 직접 토론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번 기회에 인구문제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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