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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 사과부터 법사위 양보까지…송영길의 숨 가빴던 100일

중앙일보

입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금 대선을 치르면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신임을 받기 쉽지 않다. 민심을 듣고 민주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임을 받을 수 없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당 의원총회(5월 25일)에서 한 말이다. 5월 2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35.60%를 얻어 홍영표 의원(35.01%)을 0.59%포인트 차이로 꺾고 당선된 송 대표의 제1과제는 지지율 회복이었다. 4·7 재보궐선거 완패 이후 ‘정권교체론’이 커지며 대선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에 송 대표는 ‘쇄신론’을 꺼냈고, 이에 민심도 조금씩 반응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정당지지율 관련 여론조사에서 송 대표 취임 직후 28%(5월 11~13일)였던 민주당 지지율은 이달 초 34%(8월 3~5일)까지 올랐다. 4·7 재보궐선거 직후 55%(4월 15일)였던 정권교체론은 지난 5일 기준 47%까지 줄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다른 사람이 대표가 됐다면 당이 크게 어려워졌을 것”(서울권 중진 의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조국사태·부동산·경선연기…숙제처럼 밀려온 결단

송 대표는 당선 후 이틀 뒤인 지난 5월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하며 “부동산과 백신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통령과 지속해서 논의하며 당·정이 함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기조에 거리를 두고 전반적인 당 운영 기조를 점검하겠단 취지였다. 송 대표는 곧장 부동산특위 위원장에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 출신 김진표 의원을 임명해 세제완화안을 추진했다.

송영길 대표 취임후 민주당 지지율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송영길 대표 취임후 민주당 지지율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5월 말부터 일주일간 ‘민심경청 프로젝트’에 돌입했던 송 대표는 6월 2일 ‘보고대회’ 형식을 빌려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가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면서다. 당 대표 사과는 2019년 10월 이해찬 전 대표 이후 두 번째였지만 “반성의 정도가 훨씬 깊었다”(서울권 재선 의원)는 평가가 나왔다.

위기에는 ‘속전속결’로 대응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의원 12명 명단을 보내오자 하루 만에 ‘탈당 권유’(6월 8일)를 결정했다. 부동산특위의 세제완화안에 당 일부 의원이 반대하자 의원총회(6월 18일)에 올려 다수 찬성으로 당론화했다. 친문그룹과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밀어붙인 경선연기론에는 일주일 동안 두 차례 최고위와 한 차례 의총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9월 후보 확정’ 안을 최고위(6월 25일)에서 결론지었다.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국민의힘에 양보하는 안도 최고위 논의 수렴을 거쳐 의총(7월 23일) 추인을 받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은 지난달 2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공개토론도 벌였다.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친문 강성 세력이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은 지난달 2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공개토론도 벌였다.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친문 강성 세력이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일부 실언 논란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큰 잡음 없이 당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게 당 내부 평가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송 대표가 말을 강하게 하는 경향이 있지만, 동시에 다른 이들의 의견도 충분히 듣는 편”이라며 “의견 청취 후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빠르게 내면서 반발을 줄이더라”고 말했다.

‘이심송심’ 논란…대선 관리자로는?

그러나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송 대표를 향한 원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송 대표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후보 선출일을 9→10월로 5주 미루자 친문 진영에선 “진작에 미뤘어야 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백제 발언’ 논쟁을 기점으로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하자 송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선 주자들을 한데 모아 ‘원팀’ 협약식을 주선했지만, 공방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달 초 이재명 경기지사의 음주운전 횟수를 검증하자며 정 전 총리 등이 제안한 당 차원의 검증단 설치를 송 대표가 일축하자, ‘이심송심(李心宋心·이 지사를 송 대표가 지원한다)’ 논란이 불거졌다. ‘검수완박’ 그룹은 국회 법사위 양보 폐기론을 펴며 송 대표에 대한 집단반발에 나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선 주자들을 당사로 모아 '원팀' 협약식을 했다.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하자 내놓은 대책인데, 그럼에도 주자들의 공방은 격화했다. 왼쪽부터 송 대표,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이상민 선거관리위원장. 임현동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선 주자들을 당사로 모아 '원팀' 협약식을 했다.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하자 내놓은 대책인데, 그럼에도 주자들의 공방은 격화했다. 왼쪽부터 송 대표,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이상민 선거관리위원장. 임현동 기자

이런 상황은 송 대표가 독자세력을 갖지 못한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친문 인사는 “송 대표가 지지 계파를 갖고 있었다면 주자들이 쉽사리 날을 세울 수 없었을 것”이라며 “만약 송 대표가 ‘원조 친문’ 출신이었다면 ‘송영길 흔들기’가 어떻게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송 대표가 대선 정국에서도 관리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당 전면에 나서는 탓이란 분석도 있다. 누구나집 등 ‘송영길표 공통공약’에는 “본인을 대선주자로 착각하는 것 같다”(수도권 중진)는 비판이 나온다.

송 대표가 주장해온 “당 중심 대선”이 민주당 대선 후보와 갈등 요인이 될 거란 주장도 있다. 민주당은 역대 대선에서 후보가 선출되면 전권을 후보에게 이양해왔다. 한 대선 캠프의 총괄본부장은 “경선 이후엔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송 대표와 대선 후보와의 줄다리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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