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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측 “휴대폰 포렌식 막고 피해 입증하라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은 허위사실이고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2차 가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논리로 정 변호사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고소 방침을 밝혔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을 했다고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성희롱 입증 책임” 유족측에 반박 #유족 측 “성추행은 허위” 계속 주장 #‘성추행’ 글 올린 진중권도 고소키로 #여성단체 “유족 변호사 궤변 중단을”

정 변호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 전 시장에 대한 강제추행 고소사건은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수사기관의 ‘공소권없음’ 처분으로 종결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는 박 전 시장의 평등권침해 차별행위(성희롱)에 관해 조사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이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이미 사망한 자의 성추행 유무를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날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정 변호사가 “우리나라 그 어떤 남성도 박 전 시장의 젠더 감수성을 능가할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한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대부분의 남성은 감수성이 있든 없든 성추행은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 글에 대해 정 변호사는 “진중권씨가 고 박원순 시장이 ‘성추행을 했다’는 취지의 페이스북을 포스팅했다”며 “불과 며칠 전 그런 내용을 기사화하고 유튜브 방송을 했던 신문 기자와 유튜버를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로 한 사실이 언론 등에 많이 보도됐다”고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진 전 교수는 “풉, 개그를 해라”고 반응했다. 그는 “얼마 전 여성후배 변호사를 성추행한 로펌 변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바람에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다고 그가 저지른 성추행 사실이 없어지냐”고 반문했다. 이어 “고소도 웃기지만 고소하겠다고 말하며 연출하는 저 목소리의 준엄한 톤이 내 횡격막을 자극한다”며 “그럴수록 돌아가신 분 명예만 더럽혀지니까 이제라도 이성을 찾으시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변호사가 “(성희롱) 입증 책임은 피해자 측에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피해자 측이 정면 반박했다. 이날 피해자 측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 세상)는 “지난해 피해자 측은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었지만, 이후 유족 측이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준항고 및 집행정지까지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도 하지 않고 ‘입증해보라’는 식의 주장은 일방적이고 모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30일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휴대전화 포렌식은 약 5개월간 중단됐었다.

앞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박 전 시장 유가족 측 변호사는 궤변을 중단하고 진실의 무대에 당당히 올라오라’는 논평을 냈다. 이들은 “박 시장의 성폭력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며 “피해자와 증인이 존재하고, 비서실 성폭력 사건(4월 사건) 판결 과정에서도 피해가 인정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입증된 사실을 기각시키고 싶다면 유가족 측이 서둘러 가져간 박 시장 업무 폰을 공개해 음란 문자와 사진을 보낸 사실이 없고, 피해자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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