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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0건" 후배 성폭행 뒤 극단선택 로펌대표 불송치,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로펌 대표변호사가 같은 로펌에 근무하는 초임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이에 피해자 측은 이의 신청을 통해 “또 다른 피해자 2명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검찰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은의 변호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본인의 법률사무소에서 로펌 대표변호사의 초임변호사 성폭행 사건 피의자 사망에 따른 경찰 측 불송치 결정문과 관련해 피해자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은의 변호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본인의 법률사무소에서 로펌 대표변호사의 초임변호사 성폭행 사건 피의자 사망에 따른 경찰 측 불송치 결정문과 관련해 피해자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3일 피해자 A씨 측을 대리하는 이은의 변호사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19일 강제추행·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를 받는 로펌 대표변호사 B씨에게 공소권이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B씨는 지난해 3~6월 사무실과 법원을 오가는 차량 등에서 피해자를 2회 강제추행하고 추가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4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4회 등 모두 10건의 추행 및 간음 혐의를 받았지만 피의자가 숨져 사건을 종결했다는 것이다.

앞서 피해자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로펌의 대표변호사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해 12월 B씨를 고소했다. B씨는 경찰 수사가 이뤄지던 지난 5월 26일 해당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자신의 사무실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변호사는 이날 불송치 결정문을 공개한 데 대해 “경찰의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 내용이 모두 존재했음은 다툼 없는 사실로 확인된다”며 “성폭력 사건에서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 수사기관이 수사를 중단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피해자에게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성폭력 피해자 2명 더 있다”…檢 이의신청 예정

다만 피해자 측은 이의를 제기해 검찰에 추가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 이 변호사는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문에 기소 여부 의견을 담지 않았고 추가 피해자에 대한 조사 여부·결과 등을 기재하지 않아 피해자로서는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을 길이 없다”며 “본건의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 수사결과에 대한 의견을 검찰에 구하는 이의신청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불송치 결정으로 사건을 종결하더라도 고소인 등 사건 관계인이 이의 신청을 할 경우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게 된다.

이 변호사는 지난 5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A씨말고도 B 변호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초임변호사 등 피해자가 최소 2명 이상이 존재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3월 8일 A씨는 추가 피해자 두 명의 이름, 연락처, 피해 사실 등을 파악하고 관련 증거를 서초서에 의견서로 제출한 뒤 경찰의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심각”…논의의 발판돼야

A씨가 2차 가해에 여러 차례 노출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B씨의 사망 이후 변호사 익명 채팅방이나 사이트,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A씨에 대한 신상정보가 유포돼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A씨는 당시 병원 진료와 함께 심리상담소에서 상담을 받는 등 긴 시간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 연합뉴스

변호사단체에서 연대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이 변호사는 “대한변협에서는 최초 사건 보도가 나갔을 때는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 물었다”면서도“(하지만) 피의자 사망 후에는 최상위급 지위에 있는 분으로부터 피해 보도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니 기사를 내리라는 연락이 한차례 있었을 뿐 어떤 문의나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성범죄 피해가 존재했음을 확인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2차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이를 인식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달하고 이 사건이 이런 논의의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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