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예측 넘어선 1인가구 급증…“집 없인 결혼‧자녀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16:46

경기 수원에서 원룸 생활을 하는 직장인 이모(33)씨. 3년 넘게 만난 여자친구와 아직 구체적인 결혼 계획을 세우진 못 했다. 서울에 위치한 여자친구의 직장 근처에 신혼집을 꾸리고 싶지만 여력이 안 돼서다. 이씨는 “결혼을 할 마음은 있지만, 일단 둘이 같이 살 형편이 안되다보니 계속 미루고 있다”며 “월급을 모아봐야 전셋값·집값 상승을 따라가지 못 한다”고 말했다.

예측 넘어섰다…1인가구 폭증

이씨와 같은 미혼 1인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아파트 등 주거형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가구는 664만3000명으로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했다. 1인가구가 전년보다 8.1%나 늘면서 통계청이 2019년 발표한 예측치를 한참 넘어섰다.

앞서 통계청은 2019년 ‘장래가구 특별추계’를 발표하면서 2020년 1인가구가 616만6000명에 이를 것이라 예상했다. 실측치인 664만명은 2년뒤인 2023년 1인가구 추계치(663만7000명)를 웃돌 정도다.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온 1인가구 증가세와 사회현실 등을 반영해 추계를 잡았지만, 이를 상회했다. 장래가구 추계는 7월을 기준으로, 인구주택총조사는 11월을 기준으로 해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해도 1인가구 증가는 예상을 넘어섰다.

통계청 관계자는 “앞서 추계할 때 당시 1인가구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했는데, 실제 가구 변화가 그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미혼 인구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내년 공표할 장래가구추계에 이를 새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인가구 비율. [통계청]

1인가구 비율. [통계청]

"부동산 상승에 미혼 1인가구 늘어" 

연령대별 1인가구 증가 현황을 보면 20대와 30대 1인가구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20대 1인가구는 전년보다 14만9000명(13.3%)이 늘었고, 30대는 80만명(7.7%)이 증가했다. 전체 1인가구에서 40세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도 37%로 전년보다 커졌다. 고령화에 따른 사별 등으로 나타나는 1인가구 증가보다 미혼·만혼으로 인한 영향이 더 크다는 뜻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러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1인가구 증가는 부동산의 갑작스러운 폭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부모 지원 없이 젊은 세대의 능력으로 집을 마련해서 결혼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무주택 가점 등을 위해 부모 집을 벗어나는 1인 가구도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촬영한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2일 촬영한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2019년 1인가구의 자가 거주 비율은 30.6%였다. 2017년부터 1인가구의 주거 중 자가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같은 기간 전·월세 거주 비율은 증가했다. 특히 2019년 기준 1인가구 월세 거주 비율은 47.3%에 달했다. 집을 구하지 못한 미혼 1인가구가 전·월세를 전전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출산율 연동…"1인가구 정책 손 봐야"

미혼 1인가구의 증가는 출산율과 직접 연동되는 중요한 지표다. 혼인이 줄면 출생아 수가 자연히 줄기 때문이다.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역대 처음으로 3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합계출산율도 0.8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역시 합계출산율 0,88명으로 역대 1분기 최소 기록이다.

서울 신촌의 한 1인전용식당. 뉴스1

서울 신촌의 한 1인전용식당. 뉴스1

장래 인구까지 고려한 1인가구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윤태 교수는 “출산장려금 100만원 주고, 가족의 소중함을 교육하는 식이 아닌 1인가구가 늘어난 이유를 분석하고 대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가장이 생계를 부양하는 형태로 설계된 정부 정책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인가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원룸 형태의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식으로는 지금 환경에 계속 머무르라고 하는 것”이라며 “양육을 국가가 책임져주는 형태로 가면서 1인가구가 가정을 꾸렸을 때 거주 공간을 지원하는 것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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