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법조 비리, 사법 불신 씻는 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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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법조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이 어제 전직 고법 부장판사와 검사, 경찰 간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가운데는 혐의를 부인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판을 통해 유.무죄가 가려지겠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만으로도 사법부와 검찰은 신뢰에 커다란 손상을 입게 됐다.

전직 부장판사의 경우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행정소송 등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고, 전직 검사는 변호사법 위반 사건을 종결한 뒤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선배 법관이 사건 당사자에게서 돈을 받고 후배나 동료 법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말이 된다.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법관에겐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재판 과정에서 명백한 진실 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법조 비리는 법원과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법원과 검찰 모두에 불행한 일이다. 사법부와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예전에 비해 신뢰를 얻어가고 있으나 사법 불신은 여전하다. 퇴임 대법관들이 지적한 대로 국민 사이에선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란 말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법 불신은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집단행동으로 이어져 민주적 사법질서마저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사법 불신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사법이 불신받고 흔들린다면 국가의 근간인 법치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법원과 검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 불신을 털어낼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 판.검사들에 대한 재산 실사를 정례화.제도화해야 한다. 사표만 쓰면 그만이란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선 비리 연루 법조인의 변호사 등록을 제한하는 법제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내부 청탁인 이른바 '관선 변호'의 근절 등 법원.검찰 구성원 스스로의 뼈를 깎는 자정 노력도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