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동토의 땅 러시아에 '올 인'···미국 제치고 1위 점령 [주말車담]

중앙일보

입력 2021.07.31 07:00

업데이트 2021.07.31 10:44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에서 작업자가 도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 공장은 2010년 문을 열었다. 사진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에서 작업자가 도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 공장은 2010년 문을 열었다. 사진 현대차

‘동토의 땅’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로 쪼그라든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러시아 정부도 나섰다.

러시아 자동차 생산량 전년 대비 49% 증가
고유가에 차 시장 활개...현대도 생산 늘여

러시아 자동차 통계 전문 사이트 에이에스엠 홀딩스(ASM Holding)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 생산량은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68만6500대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9% 늘어난 수치다. 이중 승용차는 같은 기간 61만대가 공장에서 출하돼 전년 동기 대비 50.5%가 증가했다. 상용차 생산량은 4만66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0.3% 증가했다.

1일 현대차에 따르면 2010년 러시아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도 전년과 비교해 생산량을 확 늘렸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상반기 생산량은 12만3000대로 전년과 비교해 40% 증가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선 쏠라리스(소형 세단)와 크레타(소형 SUV) 모델을 생산한다. 기아 리오(소형 세단)와 리오X(해치백)도 이 공장에서 만든다. 현대차 러시아법인은 “올해 23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3교대 주 5일 생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러시아 시장에선 소비자의 SUV 선호가 이어지면서 현대차 공장에선 SUV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2012년 전성기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는 건 코로나 기저효과와 고유가 때문이다. 올해 들어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러시아 경제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러시아 경제가 3%대 수준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는 자동차 시장이 커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인구는 1억4624만명으로 세계에서 9번째로 많다. 넓은 국토는 자동차 시장이 발달할 수 있는 충분 조건이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2010년 무렵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러시아 내 자동차 판매량은 2012년 연간 293만대를 기록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자동차 판매량이 빠르게 늘면서 독일을 제치고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제재에 셰일오일로 인한 저유가가 겹치면서 자동차 판매량은 급감했다. 2016년에는 130만대까지 축소됐다가 조금씩 증가해 176만대(2019년)로 200만대 수준을 회복하는 중이다.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을 마친 포드 익스플로러. 미국 브랜드의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사진 포드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을 마친 포드 익스플로러. 미국 브랜드의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사진 포드

미국차 줄고 한국차가 시장 점령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는 라다(LADA)다. 1966년 문을 연 라다는 구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자동차로 성장했다. 라다는 2000년 초반까지도 외국 제조사와 경쟁이 없었지만 시장 개방으로 미국 자동차 브랜드와 경쟁에서 밀리기도 했다. 미국 포드는 2002년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후 중형 SUV 익스플로러 등을 생산하면서 시장을 꾸준히 늘렸다. 2008년 무렵에는 러시아 내 생산량만 18만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러시아와 미국의 정치적 갈등에서 빚어진 위기를 넘어서진 못했다. 최근 포드의 러시아 내 생산량은 연간 4만~5만대로 줄었다. 빈틈을 노린 건 한국 브랜드다. 기아 리오는 2017년 한해에만 9만 7000대가 팔리며 러시아 시장의 인기 모델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코로나로 주춤했지만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 확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2015년 가동을 중단한 제너럴모터스(GM)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 육성 나선 러시아 정부

경제 성장을 중시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최근 자동차 산업 2035 전략을 내놓고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섰다. 러시아 자체 생산을 늘리고 품질 만족도와 애프터서비스 시장을 넓히는 게 목표다. 여기엔 전기차 개발도 포함된다. 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 정책에 해외 브랜드의 러시아 시장 공략은 다시 이어지고 있다. 르노는 이달 초부터 러시아 인근 카자흐스탄에서 크로스오버 차량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올해 연말부터 러시아 내 내연기관 엔진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러시아오토뉴스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엔진 공장은 지난 2월 준공을 끝냈다. 공장 건설에만 160억 루블(2500억원)을 투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모스크바무역관은 “러시아는 2019년에만 가솔린 엔진 96만대를 수입했다”며 “러시아 현지 엔진 생산도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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