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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프렌치 프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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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통감자를 가늘고 길게 썰어 기름에 튀겨낸 '프렌치 프라이(French fries)'는 패스트 푸드점에선 없어서는 안 될 메뉴다. 프렌치 프라이의 유래에 대해선 갖가지 설이 분분하다. 가장 유력한 설은 프랑스 요리에 조예가 깊었던 토머스 제퍼슨의 조리법에 따라 '프랑스식으로 튀겼다(fried in the French manner)'는 의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프랑스식으로 썰다(French-cut)'라는 뜻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

일부 독일인은 '저먼 프라이(German fries)'를 미국인이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적국이었다는 정치적 이유로 바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가설은 독일이 이 음식으로 유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프렌치 프라이의 기원(起源)을 다투는 가장 유력한 국가는 스페인과 벨기에다. 스페인은 잉카제국으로부터 감자를 유럽 최초로 들여온 나라라는 점을 내세워 기름에 튀기는 조리 방식도 처음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벨기에는 스페인에 이주한 벨기에인 요리사가 프렌치 프라이를 '발명'했다고 반박한다. 기원에 대한 논란을 제쳐 놓는다면 마요네즈를 곁들인 감자튀김이 국민적 음식으로 통하는 벨기에야말로 프렌치 프라이의 종주국이라 할 만하다. 벨기에에서 감자튀김을 뜻하는 프리테(frites)는 1681년 세계 최초로 감자튀김 가두판매를 시작한 프리츠(Frits)에서 비롯됐다. 이것이 프랑스로 건너가 폼므 프리테(pommes frites.감자튀김)가 된다.

이 때문에 프랑스인조차 벨기에를 프렌치 프라이의 원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로 2003년 3월 미국 하원이 이라크 침공에 반대한 프랑스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로 구내식당 메뉴판에서 프렌치 프라이를 '프리덤 프라이(Freedom fries)'로 개명했을 때 주미 프랑스 대사관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프렌치 프라이는 벨기에 음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 하원이 엉뚱한 곳에 분풀이한다는 야유 섞인 해명이다.

미 하원이 최근 슬그머니 구내식당 메뉴판에서 프렌치 프라이를 복권시켰다고 한다. 3년 전 이름을 잃었던 '프렌치 토스트'와 함께. 프랑스와의 관계 개선을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프렌치 프라이의 국적에 대한 오해를 깨달은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미 하원은 프렌치 프라이에 대한 징계 기간에도 '프렌치 키스'나 '프렌치 드레싱'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