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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별이 지지 않는, 프랑스에서 가장 예쁜 중세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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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연경의 유럽 자동차여행(9)

프랑스의 예쁜 마을, 무스티에 생트 마리(Moustiers sainte marie). [사진 연경 제공]

프랑스의 예쁜 마을, 무스티에 생트 마리(Moustiers sainte marie). [사진 연경 제공]

그 마을에 들어섰던 건 정말 우연이었다. 겨울이었고 베르동의 눈밭을 드라이브로 관통할 수밖에 없었던 나는 홀연히 길의 끝에 나타난 마을에 홀린 듯 멈췄었다. 흘러가는 물길 안에 들어앉은 마을을 그린 빛바랜 표지판을 보고 잠시 그냥 갈까도 생각했다. 베르동의 그 유명한 별이 이 마을에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채 말이다. 중세 마을 무스티에 생트 마리. 프랑스의 가장 예쁜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던 곳, 우뚝 선 두 개의 큰 바위 산 사이에 별이 있고 구유와 닮았다는 터에는 예배당이 세워져 마을을 굽어보고 맑은 물은 마을을 적시며 개울이 되어 마을 안으로 스며든다.

마을 안에는 중세부터 도자기를 만들어 왕실에 납품하던 장인들의 전통을 이어받은 파이앙스(도자기) 가게가 곳곳에 있고, 토기 뮤지엄까지 있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풍경이나 먹거리나 스토리까지 어느 것 하나 꿇릴 게 없는 아름다운 마을 무스티에 생트 마리는 대한항공 광고에도 등장해 많이 알려졌다.

무스티에 생트마리 주차장

주차는 마을 중턱에 층층으로 마련되어 있는데 마켓이 열리는 날에는 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럴 경우에는 더 아래로 내려가 슈퍼 쪽에 주차하고 마을을 둘러본다.

Parking Haut de Moustiers-Sainte-Marie/ 좌표43.846007, 6.222721
5276A Rue Sainte-Anne / 좌표43.846513, 6.222282
슈퍼 주차장 / 좌표 43.843468, 6.220946

무스티에 생트 마리의 별 이야기

무스티에 생트마리의 별. [사진 연경 제공]

무스티에 생트마리의 별. [사진 연경 제공]

중세 십자군 전쟁 때 이슬람 군에게 포로로 붙잡힌 블라카라는 병사가 살아 돌아간다면 고향의 저 바위산 사이에 별을 달아 성모 마리아께 바치겠다고 서원을 했다고 한다. 무사히 고향에 돌아온 병사가 별을 달았다고도 하고, 또 다른 이야기는 사랑하는 두 남녀가 결혼 반대로 두 바위 아래에서 생을 마감했는데 두 집안에서 별을 달았다고도 한다.

귀동냥으로는 무스티에 생트 마리는 기가 아주 좋은 땅이라고 하니 지나가지 말고 묵어들 가시라! 무스티에 생트 마리에 가시면 고개를 들어, 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양쪽의 산 사이에서 반짝이는 별을 꼭 찾아보시라! 마을 뒤에서 떨어지며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맑은 물을 바라보면 찬사가 절로 나온다.

샤펠 노트르담 드 보부아르(Chapelle Notre Dame de Beauvoir)

예배당 올라가는 돌길, 소박한 예배당 내부. [사진 연경 제공]

예배당 올라가는 돌길, 소박한 예배당 내부. [사진 연경 제공]

주차장에서 나와 262개의 돌계단을 오르면(미끄러우므로 운동화 필수) 해발 660m에 보부아르 예배당이 나온다. 5세기 로마시대에 예배당이 있던 자리에 12세기 무렵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예배당에 16세기 고딕 양식이 추가된 모습이다. 멀리서 보면 예수가 태어난 구유와 닮은 형상이라 해 신성한 장소로 여겼다 한다.

무스티에 생트 마리는 마을 자체도 예쁘지만 베르동 협곡의 거점으로 삼기에도 좋다. 2일 정도 머물면서 하루는 생 크루아 호수 즐기기, 하루는 베르동 협곡 드라이브를 해도 좋겠다. 다음에 소개하는 라벤더 로드와도 지척이므로 숙박 거점으로도 좋다.

발랑솔에서 보랏빛 색채의 향연에 취해 보자 / 라벤더 로드

D56번 도로에서 본 라벤더. [사진 연경 제공]

D56번 도로에서 본 라벤더. [사진 연경 제공]

남프랑스를 여름에 가기는 쉽지 않다. 덥기도 하고 휴가철이 겹치면 숙소 잡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에 남프랑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은, 아마도 라벤더 로드를 걸어보고 싶은 소망이 있기 때문이리라!

보랏빛 색채의 향연뿐 아니라 치유의 그 향기마저도 사랑스러운 남프랑스 ‘라벤더 로드’ 여행의 중심에는 일 년에 300일 이상 햇볕이 내리쬔다는 발랑솔이 있다.

로마인은 라벤더 향을 목욕할 때도 사용하고 빨래할 때도 사용했다. 라벤더에는 살균·상처치료·긴장완화의 효과가 있으며, 에센셜 오일은 가려움증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고,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도 사용했다고 한다. 발랑솔의 기후는 라벤더를 키우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하니 작렬하는 남 프랑스의 태양 아래 라벤더 향기에 취해 보러 가 보자!

①라벤더 개화 시기는 해마다 달라진다고는 한다. 대략 6월 말 7월 중순까지 정도로 일정을 잡으면 되겠다. ②발랑솔 부근이 다 라벤더밭이기는 하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라벤더 기념품을 파는 라방드 앙젤방(Lavandes Angelvin)부근이다. ③일출과 일몰 부근의 매직 아워 대가 가장 라벤더를 예쁘게 담을 수 있는 시간대이다. ④발랑솔 라벤더로드는 차량털이범 출몰 지역이므로 그나마 덜 붐빈다는 일출 시간대에 가보면 어떨까 한다. 일몰 시간 무렵에는 사진가들이 대거 몰려 자리 차지하기도 쉽지 않다.

※주의사항. 혼잡한 시간대에 방문하는 사람은 (차 안에 아무 것도 두지 않는 건 남프랑스 여행에서 필수다) 길 가에 주차하고 그 부근을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라벤더 밭으로 들어간다든지 화장실에 가려면 교대로 차를 지키는 게 좋겠다. 7월 중순 이후로는 해바라기도 장관이라 하나 휴가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너무 더울 때라 여행 계획을 잘 세워야겠다.

D8→D56도로를 달리면서 보는 발랑솔 라벤더 로드. [사진 연경 제공]

D8→D56도로를 달리면서 보는 발랑솔 라벤더 로드. [사진 연경 제공]


라벤더 로드
D8번 도로와 D56번 도로를 달리는 게 핵심이다. 푸이모이송(puimoisson) - 발랑솔 (valensole)에 이르는 D56 국도와 D8 국도(해바라기가 같이 핀다) 전체를 달려 본다. 길가에 작은 주차 공간이 있으므로 잠시 세워 두고 볼 수 있다.

요새 마을 시스트롱(Sisteron)

발랑솔에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북쪽으로 55km 정도에 있는 요새 마을 시스트롱(Sisteron)에 가 본다.

프로방스와 알프스 사이, 두 개의 긴 산등성이 사이의 뒤랑스(Durance) 강둑에 있는 시스트롱은 프로방스의 관문으로 불린다. 나폴레옹이 엘바섬에서 탈출해 주앙만으로 들어와 그르노블까지 6일 만에 달렸다고 한다. 시스트롱에서 가장 볼거리는 우람하게 서 있는 성채다. 수직 석회암 지층과 주름진 보메(Baume) 바위를 마주 볼 수 있다. 이 바위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질학자들의 관심을 받는 바위다. 이미지가 주름치마 같기도, 아코디언 주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강가에 무료주차장이 있다. 주차하고 성채로 올라가면 되는데, 성채를 마주 보고 왼편 길로 돌아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계단으로 내려와 구시가를 본다. 좁은 골목길에서 오래된 마을의 정갈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남프랑스의 숨은 진주다.

순서대로 바우메바위(Rocher de la baume), 시스트롱 성, 성에서 보는 시스트롱 마을 전경. [사진 연경 제공]

순서대로 바우메바위(Rocher de la baume), 시스트롱 성, 성에서 보는 시스트롱 마을 전경. [사진 연경 제공]

시스트롱은 자연의 그림 같은 윤곽을 따라가는 ‘Andrones’라는 이름의 작은 아치형 거리와 미로 계단을 제공한다.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마침내 앙리 4세가 “그의 왕국의 가장 강력한 요새”라고 말한 높은 성채에 도달한다. 출발지가 무스티에 생트 마리이든, 푸이모이송이든, 발랑솔이든 남 프랑스에서 예쁜 마을이 가장 많다는 뤼베롱(Luberon) 지역을 달려본다.

이 루트 중간쯤, 루씨용이나 고르드 부근에 좋은 에어비앤비를 구해 휴식도 하고 렌터카 여행의 즐거움을 고스란히 느껴보기 바란다. 2박이나 3박 정도를 하면서 하루는 루씨용과 세낭크 수도원 고르드를 보고 다음 날 퐁텐 드 보클뤼즈와 릴 쉬르 라 소르그와 아비뇽을 묶어 하루에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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