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이 28일 수도 리마의 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페루에서 최초의 빈농 출신 대통령이 나왔다. 자유페루당의 페드로 카스티요(52) 페루 신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취임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페루 독립 200주년에 맞춰 이날 수도 리마의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부패 없는 나라와 새로운 헌법을 페루 국민 앞에 맹세한다”고 말했다. 임기는 5년이다.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취임 #부패에 지친 국민, 새 얼굴 선택
카스티요 대통령은 페루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인 푸냐에서 9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문맹인 부모를 도와 농장 일을 하면서 두 시간 넘게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대학 졸업 후 1995년 초등학교 교사가 된 뒤 지난해까지 교사 생활을 했다. 2002년 한 소도시의 시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였지만 낙선했다.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7년 페루 교사 총파업 시위를 주도하면서다. 이번 대선 초반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농촌 유권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급부상한 뒤 당선됐다.
‘후지모리 딸’에 0.25%P 차로 승리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지난 19일 당선이 확정된 후 리마의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과 자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결선에서 맞붙은 민중권력당의 게이코 후지모리(46)와는 0.25%포인트, 4만4058표 차이였다. 그의 아버지는 일본 출신 이민자 2세인 전직 페루 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83). 철권통치 속에 재선을 금지한 헌법을 개정해 10년 장기집권했다. 2010년 민간인 학살과 부패 등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투옥 중이다.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2005년 국회의원이 된 후지모리에겐 이번이 세 번째 대권 도전이었다. 후지모리의 대선 불복으로 카스티요의 당선은 개표 한 달 만인 지난 19일에야 확정됐다.
무명의 카스티요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낸 건 페루 내 끊이지 않는 부정부패와 사회 양극화에 따른 대중의 피로감이었다. 페루는 최근 부패 스캔들 등으로 대통령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2018년 이후에만 대통령 5명이 나왔다. 챙 넓은 하얀 모자와 자유페루당의 상징인 커다란 연필 모양을 들고 유세에 나선 그는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변화를 내걸었다. 대통령이 되면 교사 시절 받던 임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받고, 퇴임 후에는 교사로 돌아가겠다고도 했다.
최악 코로나에 경제난 난제 산적
지난 5월 대선 유세 중인 카스티요 당시 후보. 자유페루당의 상징인 연필 모형과 챙 넓은 모자는 그의 마스코트가 됐다. AP=연합뉴스
이제 막 취임한 카스티요에게는 난제가 산적해있다. 페루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른 경기침체로 지난해 페루의 경제성장률은 -11%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스티요가 이번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도 코로나19에도 전자기기가 없어 온라인 수업을 하지 못하는 극빈층의 현실에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스티요가 대통령으로서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도 ‘코로나19 극복’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극심해진 좌우 대결로 벌어진 민심을 통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극좌 성향인 자유페루당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이를 의식해 주요 산업 국유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카스티요는 이날 취임식에서도 이를 재차 강조했다. 주요 공약인 개헌을 이루려면 야당이 장악한 의회도 통과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카스티요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재선을 위해 수정했던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약속했었다.
한편 카스티요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식민의 상징인) 대통령궁에 머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스페인이 페루를 통치한 지난 3세기 동안 우리의 노동과 자원을 착취했고, 페루를 신분제 사회로 망쳐놨다”면서다. 페루 대통령궁은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1535년 디자인한 건물로, ‘피사로의 집’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카스티요는 “대통령궁은 문화부로 이관해 페루의 기원부터 현재를 보여주는 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