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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종식 선언 반년뒤···대통령 가족 10명 줄감염된 나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중앙아시아 국가 타지키스탄.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대통령의 조카들이 보건장관을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중앙아시아 국가 타지키스탄.[AFP=연합뉴스]

중앙아시아 국가 타지키스탄.[AF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현지 보도를 인용해 최근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의 가족, 친인척 10명이 줄줄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보도했다. 이중 대통령의 장모 우즈벡비 아사둘로예바(88)가 사망한 데 이어 최근 대통령의 여동생 쿠르반비 라흐므노바(64)도 숨을 거뒀다고 한다. 대통령의 사위도 확진됐고, 두 딸은 경미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장모·여동생 잇달아 사망 #여동생의 세 아들, 장관 폭행까지 #"델타 변이 재확산 상황 부인" 지적

이 과정에서 폭행 사건도 벌어졌다. 어머니 라흐므노바의 사망을 계기로 세 아들은 자몰리딘 압둘로조다 보건장관과 어머니가 입원했던 병원의 병원장을 폭행해 중상을 입혔다고 WP는 전했다.

세 아들의 구체적인 폭행 이유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라디오자유유럽(Radio Free Europe) 방송에 따르면 이 사건에 관한 질문에 쇼디콘 잠셰드 보건부 차관과 라흐몬 대통령은 답변을 피했다.

타지키스탄 당국은 델타(인도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축소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AP=연합뉴스]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AP=연합뉴스]

지난 1월 라흐몬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타지키스탄에서 코로나19는 완전히 소멸됐다"고 밝혔다. 같은달 25일까지 타지키스탄의 누적 확진자와 누적 사망자는 각각 1만3308명, 90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지난 7월 2일 사이 공식 보고된 사망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에선 자신의 양성 검사 결과 공개가 잇달았고, 병원에선 매일 수십 건의 확진 판정 사례가 나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지키스탄 당국은 "무더위 때문에 얼음 물을 마시고 찬물에서 수영하면 열이 날 수 있다"고 재확산을 부인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WP는 "코로나19가 대통령의 가족 등 최상층에서까지 확산하는 점은 일반 시민들에겐 과연 코로나19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줄줄이 감염된 사실로 봤을 때 지역 감염이 널리 확산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타지키스탄은 지난해에도 초반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부인하다 마지못해 뒤늦게 이를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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