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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 찍고, 차로 가리고…종로 한복판 '쥴리 벽화' 반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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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7시가 넘은 시간, 서울 종로구의 한 헌책방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논란이 이는 장소다.

기자가 현장에서 지켜본 20여 분 동안 벽화 사진을 찍은 시민이 10여 명이었다. 막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이런 인파는 더 늘어날 게 분명해 보였다. 한 50대 남성은 “뉴스를 보고 구경하러 왔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로 12길의 한 건물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강정현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로 12길의 한 건물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강정현 기자

자신을 보수 유튜버로 소개한 한 시민이 차량을 이용해 벽화를 가렸다. 그는 “너무 보기 싫어 벽화 앞에 차를 세웠다”고 했다. 그가 차를 세운 벽면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글과 김건희씨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건물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홍길동 중고서점’이다. 건물 1층 외벽에는 총 6점의 벽화가 게시됐다. 첫 벽화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고 적혀있다. 두 번째 벽화에는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문구와 함께 금발의 여성이 그려져 있다.

쥴리라는 이름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등장한다. 따라서 김씨를 비방하려는 의도로 그려진 그림으로 보인다. 첫 번째 벽화에서 연도와 함께 쓰인 이름들 역시 윤 전 총장을 공격하는 음모론과 관련된 문건에 등장하는 내용들이다.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건물의 외벽 벽화에 차량이 세워져있다. 차량 주인은 ″보기 싫어 벽화를 가렸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건물의 외벽 벽화에 차량이 세워져있다. 차량 주인은 ″보기 싫어 벽화를 가렸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이 벽화는 서점의 대표이자 건물주인 A씨의 지시로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서점 직원은 “약 2주 전쯤에 사장님 지시로 벽화가 그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벽화를 그리게 된 이유나 벽화에 대해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중고서점은 지난 6월 문을 열었다고 한다. 3000원짜리 헌책을 한 권 구입해 영수증을 받아보니 A씨의 이름이 대표자로 찍혀 나왔다.

중앙일보는 서점 관계자를 통해 A씨와 연락을 시도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A씨는 서점 오픈 소식을 유튜브에도 영상으로 올렸다. A씨 이름으로 된 계정에는 서점의 전경을 찍은 2분여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문제의 벽화도 보이게 촬영된 모습이다. 영상 소개 글에는 “우미관 건물에 6월 오픈 약 30만여 권의 중고책이 균일가 3000원에 판매되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윤 전 총장 부인을 비방하는 벽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50대 남성은 “(벽화를 그렸다는) 건물주는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저분한 네거티브 같다. 의혹만으로 모두가 볼 수 있는 장소에 저런 걸 전시한다는 게 좀 의아하다”는 시민도 있었다. “명예훼손 등 위험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점 관계자는 “벽화가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윤석열 전 총장 캠프는 27일 김건희씨를 향해 제기되는 음모론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그림에 대해서도 모종의 조치가 있을 전망이다.

벽화가 불법인지 아닌지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림의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공연음란죄 등 문제가 될 순 있겠지만, 자기 소유 건물에 그림 그리는 거 자체를 시나 구에서 막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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