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건 없는 대화’에...北, '韓 징검다리' 삼아 빗장 푸나

중앙일보

입력 2021.07.27 17:45

업데이트 2021.07.27 18:32

북한의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대해 향후 북ㆍ미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남북 관계 개선 시도일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인 만큼 미국과 통하려면 한국을 '패싱'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과 인도적 지원 및 제재 해제 등에서 한국의 지지를 얻으려는 노림수라는 해석이다. 특히 시종일관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메시지에 반응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맞아 6·25 전쟁 전사자 묘역인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참배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맞아 6·25 전쟁 전사자 묘역인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참배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외교부는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 및 지난 4월부터 이뤄진 남북 간 친서 교환에 대해 "한ㆍ미 간에 긴밀히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선 복원이 북·미 대화 조기 재개에 미칠 영향 등을 양국 간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남북 통신선 복원 협의는 최근 하루이틀 사이 급진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21~23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방한 때만 하더라도 확정적인 논의는 이뤄지진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북한이 셔먼 부장관의 방한 및 방중 결과까지 본 뒤 마음을 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앞서 지난 3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한과 지난달 성 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때와 달리 셔먼 부장관의 방한 기간엔 이례적으로 대미 비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침묵했다.

"교착 장기화ㆍ경제난...현실 인식 한 듯"
"동맹인 한국 배제하고 미국 못 만난다 판단"

셔먼 부장관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공식 외교 협의 외에도 문 대통령 예방, 통일부 장ㆍ차관 접견, 언론 인터뷰 등 다양한 일정으로 소화하며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으니 북한이 어서 응하길 바란다. 시한을 두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대북 관여 메시지를 일관되게 발신했다.

곧이어 26일 중국에서 열린 고위급 협의에서도 다른 사안 대해서는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협력을 촉구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 신호를 보낸 것도 한·미가 이처럼 함께 관여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에서 대미 정책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선 한국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최근의 한ㆍ미 동맹 강화 추세를 긴밀하게 주시하고 움직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북한 군사연구실장은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선 한국을 배제하고선 북ㆍ미 대화를 할 수는 없다는 걸 북한도 깨달은 것"이라며 "미국도 남북 간 친서 교류 등 동향을 활용하며 큰 그림을 그리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하지만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한 촉진제나 징검다리로 삼을지, 아니면 미국이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한국을 활용하려 할지는 미지수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교착 상태가 지나치게 장기화되고 경제적으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제재 완화에 대해 남북이 함께 조율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런 의도라면 다음달 예정된 한ㆍ미 연합훈련이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지난 3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한ㆍ미 연합훈련이) 뒤골방에서 몰래 진행되든 악성전염병때문에 볼품없이 연습규모가 쫄아든들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은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대회를 통해 직접 제시한 남북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훈련 유예 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원칙적인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한국전쟁 정전기념일 포고문에서 "우리 해외병력은 한국군과 나란히 훈련하면서 앞서 헌신한 자들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지키며 태세 유지를 도와주고 있다"며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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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지난 23일 방한 중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을 별도로 제공할 의향이 없음을 시사했다. 성 김 대표도 지난 3월 방한 당시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를 위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한ㆍ미 연합훈련을 취소해선 안 된다'는 의견에 사실상 공감하며 "지금도 이미 훈련은 축소된 규모로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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