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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부역자 색출" 탈레반 점령 아프간서 민간인 수십명 처형

중앙일보

입력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각 지역을 장악하며 이에 따른 민간인 피해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들이 전했다.

도시외곽서 잔혹 행위 벌이며 공포감 조성 #유엔 "미군 철수후 민간인 사망자 783명" #탈레반 "여성 권리 보장할 것"이라지만… #현지선 "이미 미군 개입 이전으로 돌아갔다"

특히 과거 탈레반의 핵심 근거지였던 남부 칸다하르 주(州)에서 유명 코미디언을 포함해 친정부 인사 수십 명이 집에서 끌려 나와 처형당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더 선이 공개한 남부 칸다하르 주(州)에서 친정부 인사 수십 명을 처형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조직원의 모습. [더 선 갈무리]

26일(현지시간) 더 선이 공개한 남부 칸다하르 주(州)에서 친정부 인사 수십 명을 처형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조직원의 모습. [더 선 갈무리]

이날 영국 매체 더 선은 “탈레반이 남부 칸다하르 주의 집들을 돌아다니며 친정부 인사들을 찾고 있다”며 “유명 코미디언 나자르 모하메드를 포함해 수십 명이 공개 처형당했다”고 전했다.

칸다하르 주는 수도 카불에 이은 아프간 제2도시 칸다하르가 위치한 곳으로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2001년)에 이곳을 핵심 근거지로 활용했다. 25일 AFP통신은 칸다하르시 외곽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더 선은 “탈레반은 도시 외곽에서 주민들에게 잔혹 행위들을 벌이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운동가인 미나 나데리는 “탈레반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민간인까지 학살하고 주택과 상점을 파괴하는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증언했다.

전투를 피해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탈출하는 주민. [EPA=연합뉴스]

전투를 피해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탈출하는 주민. [EPA=연합뉴스]

앞서 미 CNN 방송도 현지 목격자들과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군 통역사로 16개월간 일한 적이 있는 아프간인이 지난 5월 12일 탈레반에 붙잡혀 참수당했다고 보도했다.

26일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 철수 시작일인 지난 5월 1일 이후 두 달여 만에 보고된 민간인 사상자는 2392명(사망 783명)에 달한다.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동기간 최대치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특히 나이를 막론하고 여성들이 큰 피해를 받고 있다”며 “성인 여성과 소녀 그룹이 지난달 가장 큰 사상자가 발생한 집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아직 도시 외곽과 지방 등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민간인 대상 범죄가 도시지역으로 옮겨갈 경우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 등 외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기 시작하자 무장 반군세력 탈레반을 피해 안전지역으로 탈출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거주지를 떠난 주민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헤라트주의 한 임시 난민시설에 머물며 생활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미군 등 외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기 시작하자 무장 반군세력 탈레반을 피해 안전지역으로 탈출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거주지를 떠난 주민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헤라트주의 한 임시 난민시설에 머물며 생활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한편, 미군 측 분석에 따르면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 420여 개 지구 중 210개 이상을 점령한 뒤, 수도 카불을 포함한 주요 도시로의 진격을 준비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34개 주 가운데 31개 주에 대해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며 도시 지역으로 침공하는 탈레반을 막기 위한 조처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도 철군 완료 시한인 8월 31일 이후에도 아프간 정부에 대한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현지에선 “정부군은 탈레반에 무기와 탄약, 야간투시경까지 내주고 투항할 뿐 제대로 싸우지 않는다”는 증언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아프간 헬맨드주에 위치한 앤토닉 캠프에서 미군과 아프간군 간의 임무 교대식이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아프간 헬맨드주에 위치한 앤토닉 캠프에서 미군과 아프간군 간의 임무 교대식이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카불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아프간에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에서 여성들은 일하고, 학교에 가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허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지난 4일 “탈레반이 점령지에서 여성들에게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할 수 없고 학교 등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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