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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은 진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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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사)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사)오터레터 발행인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는 요즘 테크업계에서 가장 유행하는 표현이다. 메타(초월)와 유니버스(우주)를 합성한 이 단어는 인터넷이 3차원의 가상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를 요약하고 있다. 가상공간이라는 것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재택, 원격 근무를 하는 과정에서 불편함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사물인터넷(IoT), 공유경제에 뒤이은 새로운 ‘핫 키워드’로 띄우고 있다.

지난주에는 페이스북의 마크 CEO 저커버그도 메타버스 띄우기에 동참했다. “메타버스는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라며 페이스북이 메타버스를 구현할 것이고, 그래서 5년 후에는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소셜미디어 기업이 아닌 메타버스 기업으로 생각하게 될 거라는 거창한 포부를 밝혔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를 구현하기에 가장 유리한 기업인 건 분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진 소셜미디어 기업일 뿐 아니라, 가상현실 분야의 선두주자인 오큘러스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가 굳이 메타버스를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라고 까지 이야기한 이유는 페이스북에는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되는 모바일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페이스북의 사용자는 구글(안드로이드폰)이나 애플(아이폰)을 통해서 페이스북에 들어온다. 즉, 경쟁사가 페이스북과 사용자들 사이의 관문 노릇을 하고 있고, 이것이 가진 문제는 최근 애플이 iOS 기기에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페이스북이 모바일 기업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