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선관위 상임위원 조기 사의, ‘알박기’ 의도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00:10

업데이트 2021.07.2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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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월 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해주 상임위원이 국민의힘 선대위 의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해주 상임위원이 국민의힘 선대위 의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초 임명 당시부터 ‘친문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아 온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임기를 반년 남기고 돌연 사표를 냈다. 선관위원 9명 가운데 유일한 상근직인 상임위원은 선관위 행정과 조직을 쥐락펴락하는 요직이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이 확정되는 장관급 고위직이다. 그런데 이런 중책을 맡은 조 위원이 선관위 최고 기구인 중앙 선관위원들도 모르는 가운데 청와대에 극비리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친문’ 의혹 조해주 “후임자 위해 사표 냈다” 강변
논란만 증폭 … 임기 채우고 인사엔 관여 말아야

뒤늦게 소문을 들은 선관위원들이 이유를 캐묻자 조 위원은 “후임자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업무에 숙달할 시간을 주기 위해 미리 사표를 냈다”고 답했다 하니 의혹은 더욱 증폭된다. 후임자는 대통령이 결정한다. 전적으로 대통령 의중에 달린 사안을 선관위 상임위원이 어떻게 알고 ‘후임자’ 운운하며 조기 사의 표명의 이유로 둘러대는가.

조 위원은 애당초 선관위원이 될 자격이 없던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특보였다고 캠프 백서에 기록된 인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문회까지 패싱하고 조 위원 임명을 밀어붙였다. 그 때문인지 조 위원 체제의 선관위에선 2년반 내내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비례자유한국당’ ‘민생 파탄’ 등 야권이 쓰려 한 당명과 구호는 불허한 반면, 여당의 ‘친일 청산’ 슬로건엔 면죄부를 줬다. 민주당 시장들의 성범죄가 원인이 돼 치러진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시민단체들이 “보궐선거 왜 하나요”란 캠페인을 벌이자 선관위는 “민주당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막았다. 선거 당일 기표소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세금 과다 납부 사실을 공시해 얼핏 보면 오 후보가 탈세한 것처럼 오인케 유도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1987년 민주화 이래 이렇게 수많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선관위는 없었다. 그런데 선관위의 역대급 추락에 핵심 책임자로 지목돼 온 조 위원이 극비리에 사의를 표명했으니 선관위의 편파성 논란은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관위는 오는 12월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임기가 반년 남은 조 위원이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책임질 이 인사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임기 3년이 보장되는 새 상임위원을 12월 전에 임명해 ‘알박기’를 하려는 의도에서 조 위원이 조기에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정치권에 파다하다. 그런 만큼 조 위원은 정해진 임기를 채워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또 12월 선관위 인사는 인사권이 있는 사무처를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이뤄지도록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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