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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도 외면한 개회식, 쇼 디렉터는 하루 전날 쫓겨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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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20 도쿄 올림픽 개·폐회식 연출자가 개막을 하루 앞두고 해임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과거 ‘유대인 학살 희화화’ 논란 #부정적 여론에 정·재계 인사 불참 #오늘 개회식 950여 명만 참석할 듯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22일 과거 홀로코스트를 ‘유대인 대량학살 놀이’라며 희화화하고 개그 소재로 삼은 사실이 알려진 개·폐회식 ‘쇼 디렉터’ 고바야시 겐타로(小林賢太郞·48)를 해임했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조직위 회장은 “외교상 문제도 있어 조속히 대응하기 위해 해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대인 인권단체인 ‘사이먼 비젠탈 센터(SWC)’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이런 인사가 도쿄 올림픽에 관여하는 건 (희생된) 600만 유대인에 대한 기억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19일엔 개회식 음악감독인 오야마다 게이고(小山田圭吾)가 학창 시절 장애인에게 인분을 먹이고 폭력을 가했다는 과거 인터뷰 내용이 논란이 되자 사퇴했다. 지난 3월에는 개·폐회식 총괄책임을 맡았던 사사키 히로시(佐々木宏) 프로듀서가 여성 개그맨을 돼지로 분장시켜 무대에 올리자는 아이디어를 냈던 사실이 알려져 사퇴했다. 2월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조직위 당시 회장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러났다. 개막식 직전까지 관계자들의 추문과 사임이 잇따르면서 행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했는지 정·재계 인사들이 앞다퉈 개회식 불참을 결정했다. 대회 유치 주역이자 ‘올림픽 1년 연기’를 결정한 당사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불참할 방침이라고 22일 NHK 등이 보도했다. ‘올림픽 반대’를 당론으로 내세웠던 야당 입헌민주당·일본공산당 등은 당 대표들조차 개회식에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는 23일 오후 8시 최대 6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 신주쿠(新宿)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개회식에 국외 800명, 국내 150명 등 9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사히는 참석자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회식에 일본에선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명예 총재로 대회 개막 선언을 할 나루히토(徳仁) 일왕을 비롯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조직위 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대회에 맞춰 일본을 찾는 외국 정상급 인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을 포함해 15명 미만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에서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불허한다’는 올림픽 헌장 50조 2항을 오락가락 적용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IOC는 지난 3일 “경기 시작 전 선수 소개 시간, 공식 기자회견, SNS 채널 등을 통해 선수들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규정을 일부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1일 영국·칠레·미국·스웨덴 여자 축구대표팀이 조별 리그 1차전 직전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벌인 무릎 꿇기 세리머니 사진은 올림픽 공식 소셜미디어에 오르지 못했다고 21일 가디언이 보도했다.

아울러 IOC는 최근 벌어진 ‘이순신 현수막’ 사건 때도 헌장 50조 2항을 들어 한국 측에는 철거를 요구했지만 일본 우익단체의 욱일기 사용은 제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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