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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연 100만원, 청년 200만원”…기본소득으로 국면 전환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국회 의원회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열린 정책공약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7.22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국회 의원회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열린 정책공약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7.22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의 밑그림을 22일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쟁 주자들이 제기하는 ‘기본소득 말 바꾸기 논란’을 잠재우는 한편, 자신의 대표 브랜드를 구체화해 차별화된 정책 행보로 나아가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차기 정부 임기 내 청년에게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은 ▶재정구조 개혁 ▶현행 조세감면분 순차 축소 ▶토지세·탄소세 신설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표 기본소득은 보편기본소득(연 최대 100만 원)과 청년기본소득(연 100만원) ‘투 트랙’으로 구성된다. 청년기본소득 지급 대상은 만 19~29세로, 약 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이 지사는 추산했다. 이 지사는 “청년기본소득이 정착되면 청년들은 19세부터 11년간 총 2200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게 돼 학업과 역량개발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전 국민에 주는 보편기본소득은 시한부 지역 화폐 형태로 지급할 방침이다. “생산력이 늘었지만 소비력이 감소한 시대에 맞춘 경제정책”이라는 게 이 지사측 설명이다. 이 지사는 시행 초기(2023년)에는 1인당 25만원씩 연 1회 지급하고, 이를 임기 내에 최소 4회 이상으로 늘리겠다며 점진적·단계적 확대를 주장했다.

다만 연 100만원이 최종 목표는 아니라고 한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 금액은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수준인 월 50만 원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재원 형편상 차기 임기 내에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는 없으며 차기 정부 임기 내에는 청년에게 연 200만 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국회 의원회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정책공약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국회 의원회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정책공약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큰 논란이 예상되는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재정구조 개혁과 예산절감, 예산 우선순위 조정, 세원관리 강화(총 25조원)”를 언급했다. 그 밖에 연 60조원가량인 조세감면분을 순차 축소해 25조원을 더 마련할 계획이다. ‘증세’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토지세(세율 1% 적용시 연 50조원)와 탄소세(1t당 5만원 적용시 연 30조원)를 신설해 세금을 더 거둬들인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지사는 이를 “긴급 교정과세분”이라고 부르면서 “실거주 1주택자 보유자나 무주택자를 보호하려면 긴급하게 전 국토에 대한 기본소득토지세를 부과해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세와 관련해서는 “이제는 탄소 발생에 부담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면서 프랑스·스위스 사례를 비교해 설명했다.

하지만 재원 마련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기존 복지제도 축소 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담보되지 않아서다. “모두가 혜택받으면서 또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조세 저항을 줄이고 정책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이지만 조세감면분 축소를 비롯한 증세에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이재명 캠프 소속 의원은 “오늘 발표한 기본소득안은 기존 복지제도를 유지하는 걸 전제로 짠 밑그림”이라면서 “내부적으로도 적잖은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 원, 그 외 전국민에게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2021.7.22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 원, 그 외 전국민에게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2021.7.22 임현동 기자

추후 보완 발표를 예고한 농민·노인·아동·청소년·장애인·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부분기본소득’ 구상도 추가 재원 소요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 지사는 특히 노인기본소득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약에서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을 때 (제가) 박수를 쳤는데, 결국은 취임 후 사실상 반쪽을 만들었다”며 “노인에 대한 추가적 복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차기 임기 내에 시행은 쉽지 않겠지만, 기본소득 정책의 효능 증명으로 국민적 합의의 토대가 만들어지면 일반적 기본소득 목적세 도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장기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40여 년 전 박정희 정권 당시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의료보험이 지금은 세계에 자랑하는 최고의 복지체계로 발전했듯이, 한국형 기본소득은 세계가 주목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해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이 지사의 기본소득 로드맵 발표에는 정치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이날 이재명 캠프 안팎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 측과의 네거티브 공세가 도를 넘었다. 정책 쪽으로 먼저 방향을 틀어 선회해야 한다는 필요가 있었다”(재선 의원)는 이야기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기본소득 정책 발표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 들어서고 있다. 같은 당 박찬대, 김남국, 윤후덕 의원 등이 보인다. 2021.7.22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기본소득 정책 발표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 들어서고 있다. 같은 당 박찬대, 김남국, 윤후덕 의원 등이 보인다. 2021.7.22 임현동 기자

야당에선 매서운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인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이날 “(이 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되겠다는 의지가 국민의 볼모로 한 ‘쩐의 전쟁’을 시작하게 했다”며 “민주당 1차 경선(예비경선)에서 공약 후퇴라는 비판을 받고 지지율도 떨어지니 아차 싶어 급히 내놓은 것 같은데 이러면 안 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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