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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보조금 규제’ 카드…‘中 때리려다 한국만 당할라’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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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집행위원회는 지난 14일 새로운 무역장벽인 탄소국경세(CBAM) 법안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U집행위원회는 지난 14일 새로운 무역장벽인 탄소국경세(CBAM) 법안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CBAM)에 이어  강력한 역외 보조금 규제(FSR) 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혁신경쟁법(USICA)을 추진하고 있어 무역시장에서 선진국들의 '게임의 룰' 바꾸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서 선진국 시장을 자유롭게 공략하던 한국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2일 AFP통신 등은 EU집행위원회가 이날(현지시간)까지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역외 보조금에 관한 규정’에 대해 이해 관계자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EU의회·이사회의 승인과 법안 발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규정안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EU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공공 조달을 통해 수출하려면 최근 3년간 자국 정부로부터 수혜 받은 보조금 내역을 미리 신고하고 EU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신고하지 않을 경우 매출액의 1~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특히 공공 조달이 아니더라도 보조금에 따른 경쟁 왜곡이 의심되는 모든 상황에 대해 EU당국이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EU의 이 같은 움직임에 외국 기업은 반발하고 있다. EU 주재 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의견문을 통해 “보조금을 불투명하게 운영하는 국가에만 적용해야 한다”며 “사전 자료 준비에 따른 비용 부담과 시간 지체는 결국 EU 시장 내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CCCEU) 역시 “새로운 법안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기존 법안을 활용해 EU와 타국 간 원활히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규제가 외국 기업의 EU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에 진출한 300여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유럽한국기업연합회 관계자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보조금 규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한국 기업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직권 조사 규정이 조사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잡고 있어 EU 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권한이 남용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美 혁신경쟁법안에 담긴 中 제재 방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美 혁신경쟁법안에 담긴 中 제재 방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국은 EU의 보조금 규제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자국 내에서는 또 다른 무역 제재 법안을 만들고 있다. 미 상원은 지난달 혁신경쟁법안(USICA)을 통과시키고 이후 처리 절차를 하원과 협의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종합 법안으로 불리는 USICA는 대중 무역 제재와 자금 유출 방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상·하원 협의를 마치면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을 거쳐 이르면 연내 발효될 예정이다.

USICA에는 특히 인권 탄압 등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보이는 중국 기업에 무역 제재를 하고 미국 내 중국 기업을 통해 미국의 자금이 최종적으로 중국 정부와 인민해방군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규정이 들어 있다. 특히 제재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동맹국과 공동으로 대중 수출 통제와 수입 금지도 추진할 수 있다. 중국과 통상 분쟁에서 피해를 입은 미국 수입업계와 소비자를 위한 각종 세금 감면 방안도 있다.

아무리 중국 견제용 법안이라지만 한국과 다른 국가도 영향권 밖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지식재산권 탈취나 인권 탄압 관련 품목을 중국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도 제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원석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연구위원은 “미국이 해당법을 근거로 한국에 대중 공동 수출입 통제를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기업의 제품 생산 공급망에 제재 가능성이 있는 중국 기업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등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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