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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바닥에 화석인 줄 알았다, 홍학 떼죽음에 터키 경악

중앙일보

입력

극심한 가뭄에 드러난 호수 바닥. 그 위에 진흙을 뒤집어 채 말라 죽은 새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긴 다리와 큰 부리가 유독 눈에 띈다. 얼마 전까지 호수 위를 거닐던 플라밍고(홍학)다.

환경운동가이자 사진작가인 파리 퉁크는 지난 6일 터키 투즈호수 바닥에서 집단으로 말라 죽은 플라밍고 현장을 공개했다. [fahri.tunc 인스타그램 캡처]

환경운동가이자 사진작가인 파리 퉁크는 지난 6일 터키 투즈호수 바닥에서 집단으로 말라 죽은 플라밍고 현장을 공개했다. [fahri.tunc 인스타그램 캡처]

핑크빛 수면으로 유명한 터키 투즈 호수가 거대한 플라밍고 무덤으로 변했다. 20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투즈 호수에 서식하는 플라밍고 수 천마리가 오랜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떼죽음 당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고산지대에 위치한 대형 소금호수인 투즈 호수는 플라밍고 최대 서식지로 꼽힌다. 소금기가 있는 호수나 갯벌에서 무리지어 사는 플라밍고는 이곳에서 매년 최대 1만 개의 알을 낳는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이어진 가뭄이 환경을 바꿔놨다. 호수 수위는 낮아지고, 염도가 높아졌다.

터키 중부 콘야주의 투즈호수 바닥에서 플라밍고 사체 수천 마리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터키 중부 콘야주의 투즈호수 바닥에서 플라밍고 사체 수천 마리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플라밍고들도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집단 폐사한 플라밍고 대부분은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새들로 추정된다는 게 터키 농림부 설명이다.

베키르 파크데미르 농림부 장관은 “대부분의 어른 플라밍고들은 새 서식지를 찾아 날아갔지만, 어린 새들은 이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크데미르 장관은 이렇게 목숨을 잃은 어린 새가 약 1000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 면적의 약 2.5배에 달하는 투즈 호수는 터키 최대의 소금 호수다. 2000년 생물학적 다양성과 자원 보호를 위한 ‘특별 보호 구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6월 터키 앙카라의 모간 호수에서 포착된 플라밍고 무리.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6월 터키 앙카라의 모간 호수에서 포착된 플라밍고 무리. [신화통신=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2년 간 반복되는 가뭄으로 호수의 수량이 줄어들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터키 콘야 공대 연구팀은 가뭄 탓에 물이 말라 육지와의 경계가 50년 전보다 1㎞가량 후퇴했고, 호수의 색도 한 달 먼저 붉은 색으로 변했다고 경고했다. 투즈 호수는 일반적으로 7∼8월께 여름철 증발 작용으로 염도가 높아지면 붉은색을 띤 호염성(好鹽性) 세균인 할로박테리아가 증가해 호수의 색이 붉게 물든다.

환경론자들은 농업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관개 시설도 호수 수위를 낮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 농작물 재배를 위해 저수지 물을 끌어다 쓰면서 투즈 호수로 유입될 물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 파크데미르 장관은 “플라밍고는 긴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집단 폐사한 것으로 농수 관개 시설과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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