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통일〃흥분하기엔 이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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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독의 국경개방과 베를린장벽의 해체소식을 지구 반대편의 또 다른 분단국 한국에서 맞은 독일인들은 감격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급변하는 사태가운데서도 신중한 자세를 잃지 않은 주한독일인들의 최근사태에 대한 반응.
◇페터 슈뢰더(CMC엔지니어링 서울지점장) =1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어안이 벙벙하다. 주변강대국들의 일관된 부정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것은 동독 인들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과 서독 인들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에 대해 크나 큰 자부심을 느낀다.
◇프로리안 슈드너 (45·한독상공회 사무총장)=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베를린장벽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은 통일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동독 내에서 자유선거가 실시되고 동독주둔 소군과 서독 내 미군이 철수해야한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독일통일을 바라지 않고 있으나 민주화된 두개의 독일이 EC의 회원국으로 사이 좋게 들어간다면 실제적인 통일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요하네스 페터슨(38·도이치은행 서울지점 부 지점장)∥이번 사태에 정치적인 의미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동독이 사회주의 기본원칙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그들의 배후에 있는 소련이 동구내의 최후 보루인 동독을 그냥 방치해 둘 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 빈제니크 (40·여·드레스너은행 서울지점장 비서) =베를린장벽이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흥분했다. 고국에 있는 가족들과도 통화하고 그 쪽의 생생한 분위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국경은 개방됐다고 해도 통일은 아직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 무엇보다 동독지도층 자체에 대한 불신을 아직 떨쳐 버릴 수 엾기 때문이다.
◇마티아스 스토크만(33·바하만 화물운송회사 한국지사장)∥무엇보다 기쁘고 놀라운 일이지만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독일통일이 독일인의 뜻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은 차분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동독 동포들을 위한 제반 편의시설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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