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이 제안한 「국민경제사회위」|노사가 입모아 「경제민주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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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정부가 추진하던 「국민임금조정위원회」 대신 한국노총이 지난 5일 보라매집회에서 제안한 「국민경제사회위원회」에 조순 부총리와 경영자총협회가 긍정적 반응을 보여 이 위원회구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총(위원장 박종근)은 13일 노동계 대표 등 각계의 직능단체대표와 각 단체에서 추천한 공익대표로 민간차원에서 이 위원회를 구성, 노동자의 생활향상·권익신장 및 국민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심의의결기구로 운영하자는 구체안을 제시했다.
노총이 제안한 기본계획은 국민경제사회위원회를 노동계·농민·중소기업·경총·전경련등 각 직능단체대표와 학계·연구기관 등 공익대표로 구성해 총리나 부총리산하민간심의기구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구성원비율은 각 단체 구성원수에 비례토록 하고 있다.
위원회구성 등에 정부는 참여치 못하도록 해 자발적 민간기구의 성격을 확실히 하고 있다. 노총은 이 위원회에서 정부가 새로운 경제·사회정책이나 법령의 채택 때 사전심의를 요청해 오거나 자체적으로 제기한 사안을 심의·의결하고 정부·국회·노사단체 등은 이 위원회가 합의·권고·건의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
노총은 그러나 이 기구에서 임금억제를 위한 임금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못박고 임금협상은 반드시 노동자의 기본권인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총은 다만 노동자의 「생활임금」 보강을·위한 사회경제적 조치 등은 이 기구를 통해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민참가제도에 의한 경제·사회민주화」를 이 기구의 목표로 삼고 있는 노총은 그 기능으로 완전고용실현, 분배정의실현(경제력집중완화 등), 조세정책개혁, 물가안정대책, 주택·토지정책개혁, 사회보장제확충, 노사관계근대화, 노동자복지사업 등 8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노총은 관련단체와 협의를 진행시켜 연내에 이 기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며 이에 따라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민간차원의 중요 경제기구가 처음으로 탄생하게 됐다.
정부는 한자리수 정책을 제시한 지난 6월 이후 임금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민임금조정위를 노·사·정 및 공익대표로 구성, 운영할 것을 추진했다가 노동계의 반발에 부닥치자 3자인 공익대표만으로 「노사안정위원회」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노사안정위마저 노총이 거부하자 조순 부총리는 지난 9일 노총의 박 위원장과 산별연맹위원장단을 만나 정부주도기구의 강행방침철회를 밝히고 『노총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혀 이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었다.
조 부총리는 『정부구상도 임금가이드라인 제시를 위한 것이 아니고 임금교섭과 관련, 공신력 있는 자료제시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고 『국민경제사회위원회의 건의를 시책에 반영하겠다』 고 밝혀 임금뿐이 아닌 복지정책전반을 다루는 기구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경총 측도『노총제안을 적극 환영하며 이 기구를 함께 운영,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노사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관행이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기구 구성방법·심의사항에 대해서는 노총과 견해수렴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노조 측은 이 기구에 대해 『본질적으로 정부가 구상했던 임금조정위의 연장선에 있다』며 회의적 시각을 보여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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