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정운찬·박원순씨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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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오찬 간담회를 마친 뒤 걸어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김근태 의장,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노 대통령, 이목희 당 전략기획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6일 '외부 선장'에 대해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오찬에서 내년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 "내부 사람과 외부 사람이 공정한 조건에서 경선도 하고 선장을 정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당내 인사뿐 아니라 외부 인사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실제 당이 도입하기로 한 '오픈 프라이머리'제도(개방형 국민경선제도)를 겹쳐보면 대선 후보 경선제의 밑그림이 상당부분 그려진다. 노 대통령은 당을 제대로 추스른 다음 당내 대권 주자와 외부 대권 후보가 함께 경선을 치러야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열린우리당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낮은 지지율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것이 여권의 대체적인 분위기이기도 하다.

여당 안에서 '외부 선장' 후보로는 우선 고건 전 총리가 거론된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낸 데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는 유력한 대권 후보다. 당내에선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와 고 전 총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여권의 대권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외부 선장' 후보로 빠지지 않는다. 서울대 총장을 지내면서 참신한 지식인 이미지를 쌓았고, 합리적인 중도성향 이미지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전 총장을 영입할 경우 지지율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온다.

박원순 변호사도 시민사회 세력을 대표하는 인사로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가 경선에 참여할 경우 시민사회 세력의 수혈이라는 의미도 챙길 수 있다.

◆"경쟁력 있으면 누구든 와야"=노 대통령의 '외부 선장' 발언에 대해 당내에선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발언 시점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나왔다. 문병호 의원은 "노 대통령이 '외부 선장'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상당하다"며 "경쟁력 있는 인사라면 누구든지 당내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당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윤근 의원도 "당 내외 모든 인사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미 의원은 "대통령이 언급한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당장은 아니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병헌 의원도 "먼저 배를 어떻게 수리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급선무"라며 "배의 방향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면 그 후 선장 문제를 생각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신용호.채병건 기자

◆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개방형 국민경선제' 혹은 '완전 국민경선제'라고 한다. 정당에서 공직 후보를 정할 때 당원들이 뽑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참여해 후보를 뽑는 것을 말한다. 내년 대선 후보 선출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도입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당 밖에 있는 대선 후보들이 열린우리당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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