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정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강성’이다. 추 전 장관은 최근 펴낸 저서 『추미애의 깃발』에도 “내 자리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판단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성격”이라고 썼다. 지난달 30일 출마선언 땐 “불공정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 인권에 반하는 모든 행정행위·권력행사는 즉각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1958년 10월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에서 태어났다. 세탁소집 2남 2녀 중 둘째 딸이었다. 부침은 있었지만 유복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았다.
대구 남산초등학교 6학년 때 촌지를 밝히는 담임 선생님이 친구를 사정없이 때리자 12살 추미애는 교실을 박차고 나왔다. “내가 안 나가면 선생님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추 전 장관은 “(이 때부터) 부정부패에 맞서는 기자나 법조인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책에 적었다.
추 전 장관은 대구 구남여중 시절을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는’ 사춘기 소녀”였다고 기억한다. 이모들의 19금 연애소설이나 『삼국지』등 가리지 않고 읽었다. 지역 명문 경북여고에 입학했을 때 선생님이 좌우명을 묻자 여고생 추미애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답했다.
1977년 장학금을 주는 한양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동기동창 서성환 변호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연애는 2년 후부터 시작됐다. 추 전 장관이 고시 공부를 위해 경남 합천 해인사에 들어갔을 때 서 변호사가 자작시를 담은 편지를 보낸 게 계기였다. 추 전 장관은 “그의 깊은 눈매가 떠올라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고시는 한 차례 낙방 후 붙었다.
두 사람은 7년 연애 끝에 1985년 결혼했다. 호남(전북 정읍) 출신에 고교 시절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서 변호사를 부친은 인정하지 않았다. “꼭 그런 사람과 살아야 하느냐”는 반대에도 추 전 장관은 결혼식을 강행했다. 훗날 두 사람 사이에는 딸 둘과 아들 하나가 태어났다.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추 전 장관은 판사를 택했다. 대학교 은사가 제자에게 “너는 왜 사람 죽이는 검사를 하려고 하느냐”는 말을 얼핏 들은 게 영향을 줬다고 한다. 1985년 춘천지법에 부임하자마자 추미애는 공안당국과 각을 세웠다. 민주화 시위 도중 붙잡힌 대학생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를 족족 기각했다. 추 전 장관은 당시에 대해 “부끄러운 판사가 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1995년 야당 총재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러브콜을 받고 10년 6개월의 판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DJ는 당시 ‘김대중 납치사건’의 전말을 하나둘씩 풀어내며 추 전 장관 내외를 설득했다. 노(老) 정치인(당시 71세)의 잔잔한 말에 36세 추미애의 마음이 움직였다.
이듬해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추 전 장관은 서울 광진을에서 처음 당선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의 등원 동기다. 1997년 15대 대선에선 ‘잔 다르크 유세단’을 이끌며 김 전 대통령을 도왔다. ‘추다르크’ 별명도 그때 생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깊지 않았다. 2002년 6월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이 예고 없이 사무실을 찾아와 “추 최고(위원)! 나 좀 도와주소”라는 말에 이끌렸다고 한다. 소액모금 운동 ‘희망 돼지 저금통’으로 57억원을 모으며 추 전 장관에겐 ‘돼지엄마’라는 별명이 더해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떨어져나가 야당이 된 민주당에 남았던 그는 2004년 부득불 노 전 대통령 탄핵 대열에 섰다가 역풍을 맞았다. 사죄의 의미로 그해 4월 광주도청에서 5·18 묘역까지 2박 3일 간 삼보일배를 했다. 하지만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오랜 기간 비주류로 머물렀다. 추 전 장관은 “탄핵 동조는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실수였고 잘못”이라고 술회했다.
2016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그룹의 지원을 받고 대표에 당선돼 재기했다. 그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조국 사태’ 여파 속에서 지난해 1월 문재인 정부 세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추·윤 갈등’ 끝에 올해 1월 물러났다. 지난달 30일 두번째 대선 도전을 선언한 추 전 장관은 연일 야권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을 때리며 “꿩 잡는 매”를 자처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5일 전남 목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여권 빅3는 추미애·이재명·이낙연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