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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묘소만 설치·철거 되풀이”…현충원 안내판 논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6.25 전쟁 영웅인 백선엽 장군 서거 1주기를 맞아 국립대전현충원 안내판 설치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국립 대전현충원 묘역에 설치된 11개 안내판. 프리랜서 김성태

국립 대전현충원 묘역에 설치된 11개 안내판. 프리랜서 김성태

묘소 안내판 최근 2차례 설치·철거

대전현충원 측은 백선엽 장군 묘소 안내판(故 백선엽 장군 묘소) 2개를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만 설치했다. 대전현충원 측은 “참배객이 많아 임시로 설치했다”고 했다. 현충원은 이어 안내판을 철거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2일 다시 설치했다가 당일 뽑았다.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 안내판. 프리랜서 김성태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 안내판. 프리랜서 김성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삼우제를 지내기 위해 대전현충원을 찾았다. 그는 삼우제를 마친 뒤 백선엽 장군과 천안함 46용사, 제2연평해전 전사자,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소를 참배했다.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백선엽 장군 서거 1주기를 맞아 몰려드는 참배객을 위해 안내판을 설치했다”며 “앞으로 참배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기에는 백선엽 장군 묘소뿐 아니라 다른 곳 안내판도 한시적으로 설치하겠다”고 했다.

국립대전현충원에 설치된 세월호 순직교사 묘소 안내판. 프리랜서 김성태

국립대전현충원에 설치된 세월호 순직교사 묘소 안내판. 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대전현충원 묘소 곳곳에는 이미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대전 현충원 묘소 안내판은 모두 1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안내판은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어져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이번에 백선엽 장군 묘소에 설치한 안내판은 나무 합판으로 제작했다.

지난 12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백선엽 장군 묘소를 참배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2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백선엽 장군 묘소를 참배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안내판이 있는 묘소를 보면 ▶천안함46용사 ▶서해수호 한주호 준위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2명) ▶제2연평해전 전사자(6명) ▶아프칸 전사 윤장호 하사 ▶동의대 사건 순직 경찰관(7명) ▶세월호 순직교사(10명) ▶K-9자주포 순직장병(1명) ▶마린온 헬기 순직장병(5명) ▶링스헬기 순직장병(3명) ▶연천 530GP 순직 장병(8명) 등이다.

대전현충원 묘소에 안내판이 설치된 것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이 계기가 됐다. 권율정 전 대전현충원장은 “천안함 피격 사건은 피해 규모가 워낙 컸던 데다 국민에게 준 충격도 엄청났다”며 “끊임없이 찾는 많은 참배객에게 편의를 주기 위해 당시 대전현충원에서 처음으로 안내판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후 대전현충원 묘소 곳곳에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권 전 원장은 “안내판 설치 관련 규정은 없고, 현충원 자체 판단으로 설치한 것”이라며 “안내판 제작에는 개당 20만~30만원 쓰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국립대전현충원 백선엽 장군 묘소 입구에 안내판이 설치됐다가 철거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1일 국립대전현충원 백선엽 장군 묘소 입구에 안내판이 설치됐다가 철거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백선엽 장군 묘소 안내판은 예외다. 대전현충원은 지난해 7월 안장 당시부터 장군 제2묘역에 백 장관 묘소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그런데 지난 2월 5일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회원 20여 명은 백 장군 묘소 바로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백 장군을 이장(移葬)하라고 주장했다. 친일 행적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또 현충원 주차장과 장군 제2묘역에 설치됐던 안내판도 없애라고 했다. 그러자 대전현충원은 당일 곧바로 안내판을 철거했다. 대전현충원 측은 "당시 안내판은 폐기했다"고 했다.

현충원이 백선엽 장군 묘소 안내판 설치와 철거를 반복하는 것은 시민단체를 의식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내판을 계속 설치하면 안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충원 관계자는 “상시적으로 설치하면 시민단체 등이 철거 요구를 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충원 관계자는 "이왕이면 계속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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