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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개헌 논의 부적절” 김동연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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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호 06면

범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후보들. 왼쪽부터 최재형 전 감사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경록 기자, [연합뉴스]

범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후보들. 왼쪽부터 최재형 전 감사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경록 기자, [연합뉴스]

범야권의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제헌절을 맞아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지지층 구애에 나섰다. 이들은 ‘헌법 수호’와 현 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에는 견해를 같이했지만 민감한 정치 현안인 개헌론을 둘러싸고는 입장이 엇갈렸다. 서로에 대한 비교 우위를 내세우며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목소리 내는 범야권 후보들 #최 “헌법 벗어난 통치 행위 많아” #김 “소득주도성장 이름부터 잘못” #윤석열 “5·18은 헌법 수호 항거” #지지율 반전 노리며 주말 광주행

지난 15일 국민의힘이 전격 입당한 최 전 원장은 제헌절을 하루 앞둔 16일 첫 정치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통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 정책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통치자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도 않았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 개입도 많았다”면서다.

그는 “그 결과 공직자들이 국민보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헌법 정신을 회복하고 법치주의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헌법 아래다. 헌법에 충성하며 국민을 섬기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한 측근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논란 등 현 정부에서 벌어진 반헌법적 행위에 대한 최 전 원장의 문제의식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개헌론과 관련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 구조 변화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제왕적 대통령제’ 논란에 대해서도 “우리 정치의 끊임없는 갈등과 극한적 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라서가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자인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도 이어갔다.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 전 원장은 분노와 갈등보다는 통합의 정치를 할 분이고 탄핵과도 관계없다. 정권 교체도 중요하지만 교체 후 국민을 아우르는 데는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보다 더 적합하다”며 윤 전 총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반면 김 전 경제부총리는 ‘개헌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19일 정식 출간을 앞두고 이날 판매가 시작된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서 그는 “권력 구조 개편은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국회에서 추천·선출한 국무총리에게 실질적 권한 행사를 보장해 주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의원내각제로의 개헌도 검토 가능하다”고도 했다.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줄이되 한 차례 연임 가능하도록 바꾸고,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도록 선거 사이클을 바꾸자는 구상도 내놨다. 구체적 개헌 시점으로는 “차기 대통령이 임기 초에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2024년 4월로 예정된 차기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기 위해선 차기 대통령이 임기 5년 중 절반 이상을 줄여야 하는데, 김 전 부총리는 이를 염두에 둔 듯 “차기 대통령은 임기의 절반을 줄여도 좋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임기 단축이란 ‘승부수’까지 띄웠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 재임하던 중 느낀 아쉬움도 책에 담았다. 그는 특히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대해 “네이밍부터 잘못됐다”며 “‘소득’만 ‘주도’해서는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 ‘공급’ 측면에서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올린 데 대해서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청와대 정책실과 크게 부딪쳤다”며 “대통령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고하려고 준비했지만 기회는 번번이 저지당했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책을 미리 받아 읽어봤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아주 잘 돼 있더라”며 “책이 나오면 그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달라질지 모른다.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고 호평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김 전 부총리와 따로 만나 1시간20분간 대화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제헌절인 17일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인 윤 전 총장은 이날 미리 입장문을 내고 “5·18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피로써 지켜낸 헌법 수호 항거”라며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 통합과 미래 번영을 이뤄내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함께 발표한 제헌절 메시지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열사들에 대한 참배로 메시지를 대신하겠다”며 광주 방문의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보수 진영 인사들과의 만남에 집중된 그의 최근 행보에 당 안팎의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지지율마저 정체되자 광주 방문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서는 윤 전 총장 주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캠프에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일정·메시지·정책에 일관되고 치밀한 전략이 담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윤석열 개인기에만 기댈 순 없다. 조만간 캠프를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공개된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선거를 한 번도 치르지 못해 미숙한 부분이 많다”며 “지금은 본인 인기가 매우 높아 어딜 가나 환영받는다. 그래서 지지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보이지 않을 텐데, 그것을 파악하게 되면 그의 메시지가 좀 더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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