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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지원금 신청 860명뿐…"50만원 받고 소득 노출하겠나"

중앙일보

입력

4차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정부가 지급 대상에 노점상을 포함했지만, 정작 50만원의 지원금을 받겠다고 이를 신청한 노점상은 8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중소벤처기업부ㆍ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접수받은 노점상 소득안정지원금의 신청자는 9일 기준으로 총 861명이다. 이는 정부가 파악한 전국 노점상 4만7865곳의 1.8%에 불과한 수준이다. 노점상 지원금은 신청 접수 시작 이후 2주까지 38명만 신청했는데, 석 달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가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배정한 노점상 지원금 예산은 총 200억원이다. 결국 예산 대부분이 쓰이지 못하고 국고에 귀속될 처지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소득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한 노점상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노점상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소득이 노출된다. 노점상 중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는 경우 사업자 등록으로 소득이 확인되면 수급이 축소되거나 박탈될 수 있다.

또 실명ㆍ전화번호ㆍ금융정보 등을 넘겨야 하는데 이는 추후 벌금ㆍ과태료 등의 부과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결국 노점상 입장에서는 50만원 일회성 지원금을 받자고, 이런 위험을 떠안는 게 부담이 컸던 것이다.

실제 주요 노점상 단체들은 3월 추경 당시 노점상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노점상마저 해당자와 비(非)해당자로 나눠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비판하며, 노점상에 대해 '선별이 아닌 보편적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 4차 재난지원금 노점상 선별이 아닌 보편적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 4차 재난지원금 노점상 선별이 아닌 보편적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면밀한 검토 없이 이뤄진 정치권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점상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경기 회복을 명분으로 사업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사실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 노점상을 포함했을 때부터 형평성 논란이 컸다. 당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세금 꼬박꼬박 내는 우리가 호구다”, “세금 제대로 안 내는 이들까지 지원하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 “노점상 하는 분들의 표만 소중하다는 건가”, “노점상 깔러 가겠다” 등의 반발이 나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재난지원금은 납세에 대한 급부가 아니다”(김태년 원내대표), “사회 공동체적 차원에서 피해 지원”(홍익표 정책위의장) 등 노점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 및 지원금 신청을 계속 독려하는 중이지만 노점상의 신청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 대책은 4·7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시행됐는데, 결국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혈세로 여당이 생색만 낸 꼴이 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형편이 어려운 노점상은 소득 하위 20%에 대한 지원으로 커버가 되는데, 여기에 또 노점상에 대해 추가로 지원하려 하다 보니 상황이 꼬여 버렸다”면서 “재난지원금이 경제적 근거가 아닌 ‘정치적 셈법’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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