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22만원' 전 국민 지급? 與 압박에 한발 물러선 정부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16:28

업데이트 2021.07.15 18:10

재난지원금(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급해야 한다는 여당의 강한 압박에 정부가 일단 수용 여지는 열어놨다. '여야 합의'라는 쉽지 않은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소득 하위 80%에게만 나눠줘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선 한발 물러난 것이다.

김부겸 "여야 합의시 전국민 검토”
전국민 VS 소득하위 80% 공방
이재명 “과감히 날치기 해줘야”
윤희숙 “홍두사미 안되길 바랄 뿐”

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이틀째인 15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전 국민 지급을) 요청해오면 저희로선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가 합의했다가 보류한 100% 지급안을 양당이 다시 제안하면 재검토하겠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면서다.

김 총리는 “정말 국민이 원하는 게 모두 똑같이 나눠달라는 건지 아니면 좀 더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걸 바라는 건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소득 하위 80% 지급을 유지했던 전날에 비해 한층 누그러진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가라앉은 건 아니다. ‘전 국민 대 소득 하위 80%’ 논란은 장외에서 더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은)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한 뒤 지급 대상을 특정해 집중 지원하는 게 맞다”며 “세금을 걷어서 나눠줄 거면 일반적으로 안 걷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여당의 전 국민 지급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아무 원칙 없이 79분위와 80분위를 가르는 어리석은 계획을 지지하기는 정말 싫지만, ‘빚내서 돈 뿌려 선거 치른다’는 여당의 후안무치가 자랑스레 활개 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제 비판적 지지가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로 갈 곳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 주장에 밀려 자신의 뜻을 꺾은 일을 다시 반복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반면 이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말고 행정을 하라”는 제목으로 소득 하위 80% 지급을 고수한 홍 부총리 비판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부총리는 자기 고집을 부리며 자기의 정치 신념 관철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재정 운용에 정치 결정을 개입하는 사람은 정작 홍 부총리 본인이다. 야당과 일부 대선 후보의 선별 지급 주장에 엉뚱한 이유를 들며 동조하고 고집부리는 것이 바로 정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도 “전 국민에게 20만원을 지급하나, 80%의 국민에게 25만원 지급하나 무슨 재정 상 차이가 있냐”며 “(홍 부총리) 본인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이런 건 과감하게 날치기 해줘야 된다”며 “국민이 필요로 하고 국민이 맡긴 일을 하는데 반대한다고 안 하면 그게 직무유기”라고 했다.

여야정을 가리지 않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차 추경 국회 본회의 처리 시한(오는 23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가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내세운 만큼 여당 입장으로선 야당을 설득할 절충안 마련이 급하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선 1인당 25만원인 지급 액수를 낮추고 대신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중재안이 거론되고 있다. 모자란 재원은 정부가 제안한 카드 캐시백 제도를 폐기해 충당하자는 주장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5일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국에서 진행된 '김어준의 뉴스공장' 일정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5일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국에서 진행된 '김어준의 뉴스공장' 일정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14일 백혜련 민주당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신용카드 캐시백을 없애고 이걸 재난지원금 예산으로 조정하게 되면 어떤 추가 예산 없이도 1인당 22만원 수준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려면 행정 비용을 포함해 10조4000억원이 든다. 백 최고위원 주장처럼 전 국민에 지원하되 1인당 지급액을 22만원으로 낮추면 예산은 11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차액은 정부가 제안한 캐시백 예산(1조1000억원)을 백지화하면 벌충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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