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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백신 맞고 온 10명 확진, 절반은 시노팜…中 백신 논란 재점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해외에서 백신을 맞고 들어와 자가격리 면제된 입국자 1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절반인 5명은 중국산 백신 접종자라, 효과 논란이 다시 일면서 면제 혜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해외에서 접종을 완료한 뒤 격리 면제를 받은 입국자 1만4305명 가운데 이날 기준 10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8명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들어왔고 나머지 2명은 우간다와 폴란드에서 각각 입국했다. 격리 면제를 받더라도 입국 전후 3차례(입국 72시간 전, 입국 후 1일차, 6~7일차)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는데 1일차 검사에서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백신별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AZ) 1명, 화이자 3명, 시노팜 5명 등이다. 나머지 1명은 성인과 동반한 6세 미만 어린이다. 중수본은 “사전 PCR 검사 결과 제출 의무 면제 대상인 6세 미만 1명을 제외한 확진자 9명 모두 입국 당시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접종이 완료됐다고 면제 사유서에는 돼 있지만 어떤 백신을 언제 맞았는지 확인 중”이라며 “해외 체류 중에 감염됐을 거로 추정되는 사례”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입국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입국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변이 위험국 일부를 제외하고 해외에서 권고 횟수대로 백신을 접종한 이들이 중요 사업상 목적, 학술·공익 목적, 장례식 참석이나 직계 가족 방문 등 인도적 목적, 공무 국회출장 목적으로 입국한 경우 격리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 승인한 백신을 인정하며, 국내서 접종 중인 AZ와 화이자, 얀센, 모더나 뿐 아니라 시노팜, 시노백도 포함돼 있다. 중국산 백신 2종에 대해 WHO 승인은 받았지만 고령자에게서의 효능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고, 실제 이 백신을 접종한 다른 나라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단 점 등을 이유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당국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14일 브리핑에서도 박영준 팀장은 “특정 백신의 면제 사유 적절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 이후 평가 가능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중국 시노백 백신. AFP=연합뉴스

중국 시노백 백신. AFP=연합뉴스

최근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은 해외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이 백신을 맞은 이들에게서 돌파감염 사례가 많이 보고되면서다. 태국은 지난 12일 시노백 백신 접종을 두 차례 완료한 이들에 화이자나 AZ로 추가 접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차 접종자에게는 2차를 AZ로 교차 접종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국은 최근 중국 백신이 델타 변이로부터 의료 종사자들을 보호하기에 충분히 효과가 있는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태국에선 시노백 주사를 두 차례 맞은 의료 종사자 67만여명 가운데 618명이 코로나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간호사 한 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시노백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한 의료인 수 백명이 코로나에 감염됐고 최소 180여명이 숨져 의료인력이 달릴 정도라고 한다. 당국은 이들에게 모더나로 부스터 샷을 놓을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 대해 콘서트나 결혼식 등 행사 참석 시 코로나 검사를 면제해왔는데,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노백 백신 접종자는 제외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입국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입국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뉴스1

WHO는 지난달 시노백과 시노팜을 긴급 승인하면서 예방 효과가 51%, 79%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60세 이상에 대해선 임상시험 참여자가 적어 유효성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AZ, 화이자 등과 달리 델타 변이에 대한 보호 효과 관련 연구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WSJ은 “시노백과 시노팜은 이 백신들이 델타 변이에 대해 제공하는 보호 효과를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어떤 데이터도 발표되지 않았다”며 “두 회사 모두 2차례 접종 후 어느시점에는 부스터 샷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델타 변이로 연일 1000명 넘는 환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무격리 입국 조처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증상없는 돌파감염 사례를 고려하면 백신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할 때”라며 “최소한 일주일이라도 해외 입국자는 모두 격리하고 격리 해제 전 PCR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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