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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제재 때린 이영길, 북한 보란 듯 국방상 임명?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최근 한국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국방상을 김정관에서 이영길로 교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정부 당국자가 15일 말했다.

8일 참배 때 육군용 계급장 달아 #김정은 바로 뒷줄, 국방상 자리 #지난해 경찰청장격 사회안전상

이 당국자는 “최근 이영길의 복장과 계급장이 사회안전부에서 군으로 바뀐게 확인됐다”며 “지난 8일 김일성 주석의 27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당시 이영길의 도열 위치나 군복의 형태 등으로 추정해 보면 그가 국방상으로 임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앞서 지난 3월 북한의 정보 및 공안 기관들이 조사 과정에서 고문과 성폭행 등 인권을 유린한다는 이유로 당시 사회안전상이던 이영길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왼쪽 사진은 지난해 9월 사회안전상으로 북한 매체에 등장했던 이영길. 계급장 테두리 색깔이 짙은 초록색이다. 그랬던 이영길(오른쪽 사진의 원 안)이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27주기 참배 때는 육군 복장을 하고 도열해 있다. 계급장 색깔도 군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바뀌어 있다. [연합뉴스]

왼쪽 사진은 지난해 9월 사회안전상으로 북한 매체에 등장했던 이영길. 계급장 테두리 색깔이 짙은 초록색이다. 그랬던 이영길(오른쪽 사진의 원 안)이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27주기 참배 때는 육군 복장을 하고 도열해 있다. 계급장 색깔도 군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바뀌어 있다. [연합뉴스]

단, 이 당국자는 “여러 측면에서 이영길이 국방상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북한 매체가 그를 국방상으로 호명하는 등 공식 확인때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중국의 대북 지원을 염두에 두고 건설 중인 의주 비행장의 방역 시설 미비를 이유로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하는 등 군부를 질책했다. 박정천 총참모장 등의 계급을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군부 문책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최근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국방상에 이영길 사회안전상(원으로 표시된 인물)을 임명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최근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국방상에 이영길 사회안전상(원으로 표시된 인물)을 임명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군용비행장인 의주 비행장 공사를 군부가 책임졌는데 방역설비 미흡의 책임을 군 지휘부에 물은 셈이다.

이후 국방상 교체 징후는 북한 매체들이 지난 8일 이뤄진 김 위원장의 참배를 알리는 보도에서 나타났다. 다음날인 9일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당ㆍ정ㆍ군 고위 인사들을 대동하고 참배에 나섰는데 사진 속의 이영길은 사회안전성 제복이 아닌 군복을 입고 나타났다.

그가 어깨에 착용한 계급장(견장) 역시 테두리 색깔이 육군을 의미하는 빨간색이었다. 사회안전성 간부들의 계급장은 짙은 초록색이다. 그가 쓴 모자의 테두리 역시 육군 장성들이 착용하는 빨간색이었다. 또 그가 도열해 있는 위치는 김 위원장의 바로 뒷줄의 권영진 총정치국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사이에 섰다. 의전 서열상 국방상의 자리다.

반면, 지난달 정치국 확대 회의 때까지 주석단에 앉았던 김정관은 넷째 줄로 밀렸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도 다시 장성이 되거나, 경찰과 군을 오가는 경우가 있다”며 “사회안전성은 경찰 역할을 하지만 지휘관들은 군 출신이 맡았는데, 복장만 놓고 보면 이영길이 다시 군으로 옮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원도 최전방 부대인 5군단장 출신인 이영길은 2016년 ‘종파분자 및 세도ㆍ비리’ 혐의로 처형설이 돌았던 인물이다.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을 지냈지만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으로 강등됐다 다시 총참모장에 오르고 해임된 뒤 지난해 9월 사회안전상에 오르는 등 부침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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