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돕는 과학기술 협력에 눈 돌려야|과학기술계 관심 모으는 노태우 대통령 유럽 순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노태우 대통령의 영국·서독·프랑스·헝가리 등 유럽순방계획(18일∼12월4일)은 정상외교의 내용이 정치이슈에서 경제이슈로 전환되고 있고, 또 과학기술협력에 큰 비중을 갖게된다는 점에서 국내과학기술계의 관심을 모으고있다.
또 그 동안 우리 나라의 국제기술협력이 미·일 일변도에서 이들 국가나 EC(유럽공동체)로 다변화된다는 점에서 전기를 맞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이들 국가와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과학기술협력을 전개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협력이 기대되는지 관계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본다.
최근 한국의 산업·기술경쟁력의 발달에 따라 영·불·독 등 유럽 선진국가들은 우리와의 과학기술협력관계에서 종래 일방적 원조형식을 지양하고 상호이익이 되는 공동관심분야에 걸쳐 공동비용부담으로 추진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한국에 대한 고속전철 시장진출을 전제로 한 첨단기술공동연구개발 등 과학기술협력과 시장진출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우리가 이들 국가와 기술협력을 할 수 있는 분야는 대학·연구기관간의 공동연구나 의료·보건·환경 등 공공복지 기술, 고속전철·통신위성·방사성 폐기물사업 등 우리의 대규모 프로젝트와 관련, 첨단기술이전을 은근히 추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 유럽 국가들은 학문의 우월성과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기 때문에 그들의 자존심과 과학기술에 대한 긍지를 인정해 주는 겸손하고 상호 신뢰적인 협력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내전문가들의 충고다
과거 일본·유럽관계처럼 너무 상업적인 타산만을 우선해 일본이 유럽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던 점을 고려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솔직히 우리의 애로사항을 전하고 그들의 협력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처음부터 너무 큰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국민복지기술 등 덜 민감한 부분에서 시작해 점차 첨단기술 쪽으로 우회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이들 국가와 협의될 수 있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첨단기초연구분야의 우수 연구집단간 협력과 교류 ▲EC의 지능처리 신기술사업인 ESPRIT 등 경보산업기술협력 ▲고속전철관련 전력·전자기술·시스팀 엔지니어링·초전도기술을 비롯한 극한기술과 신소재기술 ▲대기와 수질관리·폐기물처리 등 환경분야기술 ▲태양열·풍력·조력·수소에너지 등 에너지 이용기술 ▲신도시건설과 관련된 기술 ▲자동화·신소재 레이저기술 ▲심해저 탐사·과학위성·고속증식로·항공기술등 해양·항공우주·원자력 분야의 거대과학연구 협력 ▲이들 국가의 경험 있는 퇴직 과학자·기술자·교수 등 관련전문가의 장·단기 초빙활용.
이와 함께 과학기술협력강화를 위해 영국 등에 상주과학관을 새로 파견하는 문제도 거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순방기간 중 과기처는 4개국 과학기술장관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또 서독연구협회 및 우주항공연구소, 영국의 임페리얼대·왕립협회, 프랑스의 국립과학연구센터·초고속열차회사(TGV), 헝가리의 과학원·부다페스트공대 등과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신종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