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전지훈의 털무드(7)
“우리 아버지께서 대머리인데, 저도 그렇게 될까 봐 왔습니다.”
진료실에 온 30대 남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엠(M)자 탈모만 있고, 정수리 모발이 건강해 “그 정도로까지는 되지 않을 겁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형제가 함께 진료를 봤는데, 형은 엠자 탈모만 조금 있는 반면 동생이 정수리 전체에 탈모가 심했습니다. 탈모는 유전으로 발생한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 패턴과 진행 정도는 부자지간, 형제지간에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부친이 정수리 탈모라고 하여 아들도 정수리 탈모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형제지간에도 패턴이 다른 탈모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탈모는 몇 세의 나이에,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지 실제 발현하기 전에 예측할 수는 없으나 대략 20대 중반에서 30대 나이쯤엔 앞으로 어떠한 형태로 탈모가 진행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엠자탈모만 있고 정수리탈모가 전혀 없다면 정수리에 대해서는 걱정을 내려놓으라고 설명합니다. 30대 나이에 정수리 모발만 얇아져 있고, 헤어라인이 학창시절 모양 그대로인 경우 60대가 되어서도 헤어라인은 후퇴하지 않고 정수리탈모만 진행될 확률이 높습니다. 엠자탈모는 통상적으로 20대부터 시작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에서 멈추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엠자탈모가 점점 심해져 대머리가 될까 봐 걱정하는 분에게는 이러한 자연 경과를 설명하며 안심시켜드리고 있습니다. 엠자탈모가 진행돼 대머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머리가 될 운명은 탈모 시작 시점부터 광범위한 영역의 모발이 얇아집니다. 20대, 늦어도 30대 모발 상태를 보면 본인이 가발을 써야 할 정도로 심한 탈모로 진행할지를 미리 판단할 수 있습니다.
헤어라인 후퇴가 없는 상태를 표현하는 기본 타입입니다.
M 타입
헤어라인 양쪽 코너부분이 점점 후퇴하는 타입으로 우리가 흔히 M자탈모라고 부르는 형태입니다.
C 타입
헤어라인 중앙부분이 후퇴하며 이마모양이 알파벳 C 모양으로 변하는 탈모입니다. 엠자탈모의 경우 5:5 가르마를 이용해서 탈모영역을 가릴 수 있으나, C 타입의 경우 헤어라인 전체가 후퇴하므로 정수리쪽 머리를 길러 앞쪽으로 쏟아내리는 방법으로 스타일링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U 타입
흔히 대머리라고 불리는 타입으로 탈모의 유형 중 가장 심하게 진행하는 타입입니다. 헤어라인 후퇴 뿐만 아니라 가마가 있는 전체 정수리 영역의 모발이 매우 얇아지는 양상을 보이며 U 모양으로 진행되어 U 타입으로 부릅니다. 단계가 많이 진행되면 옆머리와 뒷머리만 남는 양상이 됩니다.
F 타입
여성을 의미하는 Female 로부터 만든 이름이고 정수리 전체 영역이 얇아지는 탈모입니다. U 타입처럼 전체 모발이 극단적으로 얇아지지는 않습니다. 파마머리를 해도 두상이 비쳐보이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떠올려본다면 그것이 F 타입입니다. 물론 남성에게도 흔하게 나타나는 타입입니다.
V 타입
정수리를 의미하는 Vertex에서 이름을 따왔고, 가마주변 모발이 특히 얇아지는 패턴입니다. 고개를 숙여서 거울을 보았을 때 가마주변이 동그랗게 비어보이는 타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남성형 탈모라는 하나의 진단명에도 패턴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국내 대학에서 ‘BASP 분류법’으로 그 패턴을 정리해 발표했고, 임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남성형 탈모뿐만 아니라 여성형 탈모까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러 타입 중 한 가지만 발현하기도 하지만 두 가지가 혼합해 나타나기도 하는데, MF·MV와 같이 표현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정확한 어떤 타입의 탈모인지는 진료실에서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탈모의 타입에 따라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비수술적 치료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계획을 위해 가까운 탈모 진료병원을 찾아 진료받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