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탈모약 복용하면 성 기능 떨어진다…이말 사실일까

중앙일보

입력 2021.06.03 07:00

[더,오래] 전지훈의 털무드(4)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는 이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용어라 생각합니다. 아무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을 환자에게 투여해, 이 약을 먹으면 증세가 호전될 거라는 설명을 했을 때 실제 환자의 불편감이 해소되는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라고 합니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이와 반대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 입니다. 약효에 대한 불신이 있거나, 부작용에 대한 염려와 같은 부정적인 믿음이 있을 때 실제로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탈모약은 탈모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모든 약이 그렇듯 부작용도 있습니다. 다만 그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노시보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과거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탈모약을 투여했을 때 성 기능 관련 부작용을 알려준 집단과 알려주지 않은 집단에서 관련 부작용 발생률에 3배 차이가 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탈모약은 탈모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모든 약이 그렇듯 부작용도 있다. 다만 그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문제다. [사진 pixabay]

탈모약은 탈모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모든 약이 그렇듯 부작용도 있다. 다만 그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문제다. [사진 pixabay]

탈모약은 남성의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와 성분이 동일합니다.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5mg이 개발돼 전립선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는데, 시판 후 탈모 진행이 억제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후 탈모 치료에 최적화된 용량을 찾아 임상실험에 들어갔고, 1mg으로 용량을 줄여 탈모약으로 시판하게 되었습니다. 전립선 비대 치료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 5mg, 탈모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 이의 5분의1 용량인 1mg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용량은 다르나 성분이 같은 약이므로 그 부작용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방향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2020년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탈모치료 목적으로 피나스테리드 1mg을 복용한 45세 미만 남성에게서 자살충동·우울증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립선 비대증 치료목적으로 피나스테리드 5mg을 복용한 45세 이상 남성은 관련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만약 피나스테리드 복용이 자살충동·우울증과 관련있다면 상대적 고용량인 5mg을 복용하는 남성에게서 더 잘 나타나야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아 탈모 그 자체 혹은 젊은 나이를 원인으로 보는 것이 조금 더 적합한 해석이라 생각합니다. 진료실에서도 종종 항우울제·항불안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약물 부작용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탈모가 진행되는 것 자체를 더욱 우려해 탈모 치료를 결심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일단 치료를 시작하고, 감정 상태에 관해 주치의와 지속적인 상담을 유지하다 불편감이 커지면 그때 치료를 중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탈모 치료로 모발 상태가 호전되었을 때 자신감이 상승하고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측면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부작용에 관한 과도한 걱정과 몰입은 작은 불편함도 크게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진 pixabay]

부작용에 관한 과도한 걱정과 몰입은 작은 불편함도 크게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진 pixabay]

탈모약 복용에 있어 가장 걱정하는 부작용인 성 기능 변화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유럽에서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피나스테리드 1mg을 매일 복용한 그룹에서 성욕감퇴 1.8%, 발기부전 1.3%, 사정액 감소가 0.8% 발생했습니다.

임상시험 시 약물에 의한 효과·부작용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위약(가짜약)을 복용시켜 동시에 비교했습니다. 위약을 복용한 대조군에서도 성욕감퇴 1.3%, 발기부전 0.7%, 사정액 감소가 0.4% 발생했습니다. 부작용이 일정 부분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나 위약 투여군에서도 동일 증상을 호소해, 진짜 약을 먹은 군에서도 심리적인 요인이 부작용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부작용이 발생했음에도 투약을 지속한 경우 부작용을 호소한 사람 대부분에서 증상이 호전되었고 투약 중단 시 모든 환자에서 이상 반응이 사라졌습니다. 통상적으로 3~6개월 정도 기다리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치료를 시작해보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부작용에 관한 과도한 걱정과 몰입은 작은 불편감도 크게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치료를 시작할 때 의연한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인 성 기능 변화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6개월 이상의 불편감 지속 시 주치의 진료를 통해 약 복용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약에 의한 부작용은 심리적 요인, 개인 건강 상태, 노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과이므로 약의 복용 및 중단은 주치의와 상의 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약물 복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모발이식 수술, 미녹시딜 성분의 바르는 약, 영양제, 의료기기를 이용한 치료 등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므로 자신에게 잘 맞는 치료방식을 찾아 오래도록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모스트 모발이식 대표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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