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박수도 악수도 못받은 노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노무현대통령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서울=연합]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후 두번째 국회 방문은 국회의원들에게서 환영받지 못했다. 13일 오전 10시5분쯤 2004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盧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순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은 앉은 채로 대통령을 맞았다. 일어나긴 했지만 박수를 치지 않는 의원도 많았다. 통합신당 의원들만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원고의 대부분을 재신임 문제에 할애했기 때문인지 盧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박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본회의장에는 재신임 발언에 짓눌린 듯 내내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盧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대해 언급하자 옆자리의 홍사덕 총무와 귀엣말을 주고받으며 대책을 숙의하는 모습이었다. 며칠 뒤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게 될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통합신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배포된 원고에 밑줄을 그어가며 연설 내용을 챙겼다.

연설 말미에 盧대통령이 원고에 없는 송두율씨 문제를 언급하자 한나라당 의석에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일부 통합신당 의원들조차 "왜 저 얘기를 하느냐"고 술렁댔다. 盧대통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냉기류는 퇴장할 때 더욱 심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 대다수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이 지나는 중앙통로 바로 옆의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은 대통령의 의원들과 악수하는 동안 앉은 채로 옆자리 의원과 얘기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추미애.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등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퇴장하는 盧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원고에 없는 송두율씨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 "지금 수사 중인 사건을 그렇게 자세히 얘기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박승희.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