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상 초유 ‘TV 올림픽’, 여기는 안방인가 도쿄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도쿄올림픽은 계측 신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올림픽’다. 육상 선수 등번호에 모션 센서가 부착돼 위치와 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사진 오메가]

도쿄올림픽은 계측 신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올림픽’다. 육상 선수 등번호에 모션 센서가 부착돼 위치와 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사진 오메가]

오는 23일 ‘TV로만 보는 올림픽’이 열린다. 도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개최된다. 개최국인 일본 국민도 경기장이 아닌 집에서 TV로만 올림픽을 봐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다.

무관중 도쿄서 선보일 신기술은 #육상 선수 등에 모션 센서 부착 #‘퀀텀 타이머’ 100만분의 1초 측정 #초당 1만 개 디지털 이미지 생성도

역사상 가장 적막하고, 재미없는 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현장의 흥미를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 오메가(OMEGA)는 33개 종목 339개 경기의 모든 순간을 기록해 제공할 예정이다. 총 무게 400t의 최첨단 장비, 350개 종목별 스코어 보드, 530명 전문가, 200㎞ 길이의 케이블 등을 투입해 실시간 데이터를 측정한다.

포토셀 테크놀로지. 결승선 통과 즉시 4개 포토셀에서 빛을 방출한다. [사진 오메가]

포토셀 테크놀로지. 결승선 통과 즉시 4개 포토셀에서 빛을 방출한다. [사진 오메가]

알랭 조브리스트(스위스) 오메가타이밍 최고경영자(CEO)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퍼포먼스에 생동감을 불어 넣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심도 있는 경기 정보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경기의 모든 이야기를 담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에 선보일 신기술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모션 센싱’이다. 모든 육상 선수들은 등 번호에 모션 센서 태그를 부착한다. 육상 200m 선수가 곡선 주로에서 몇 등으로 달리고 있는지, 육상 100m에서 누가 가장 빠르게 가속했는지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조브리스트 CEO는 “모션 센서 크기는 신용카드의 절반, 무게는 16g에 불과하다. 내장된 하이테크칩이 트랙을 따라 설치된 센서와 상호 작용한다. 기존에는 특정 시점만 선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었지만, 이젠 선수의 위치와 속도를 상시로 파악할 수 있다. 선수가 어디에서 시간을 까먹었는지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다. 팬, 심판, 미디어도 선수들이 어떻게 이기고 졌는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영에서는 선수별 스트로크 수, 스퍼트 속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수영장 주변에 설치된 이미지 추적 카메라를 활용한 기술이다. 100만분의 1초로 향상된 해상도를 제공하는 ‘퀀텀 타이머’로 시간을 측정한다.

퀀텀 타이머는 100만분의 1초로 향상된 해상도로 기록을 측정한다. [사진 오메가]

퀀텀 타이머는 100만분의 1초로 향상된 해상도로 기록을 측정한다. [사진 오메가]

심지어 체조 트램펄린에서는 선수의 관절 움직임까지 볼 수 있다. 트램펄린은 어릴적 ‘방방’처럼 망 위에서 높이 뛰어올라 다양한 묘기 선보이는 종목이다. 조브리스트 CEO는 “여기에는 ‘포즈 감지’ 신기술이 적용된다. 선수를 수평으로 촬영해 모든 관절 부위를 분석한다. 착지점 등도 측정해 측정해 심사 위원들의 판정 도구로도 사용한다. 이 기술은 체조 등 선수 동작으로 점수를 매기는 스포츠에 적용할 수 있다. 추후 각 협회와 협의해 활용 범위를 차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들이 수영처럼 터치패드를 찍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 손으로 벽 상단의 시계를 터치해 멈춰야 하는데, 터치패드를 통해 작은 초 단위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기술의 혁신과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도쿄올림픽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펼쳐진다. 관중이 없는 ‘적막한 올림픽’이면서도, 계측 신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올림픽’이기도 하다.

전자식 스타팅 피스톨은 각 레이서 뒤의 스피커에 연결된다. [사진 오메가]

전자식 스타팅 피스톨은 각 레이서 뒤의 스피커에 연결된다. [사진 오메가]

기술은 스포츠의 정확성 뿐만 아니라 공정성도 높였다. 육상의 ‘전자식 스타팅 피스톨’이 대표적이다. 소리는 빛보다 느리기 때문에 육상 기록경기에서 변수가 됐다. 지금까지는 더 멀리 떨어진 레인의 선수들이 출발 총성을 늦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전자식 스타팅 피스톨은 각 레이서 뒤에 위치한 스피커에 연결된다. 트리거를 누르면 경기 시작을 알리는 사운드와 함께 조명을 점멸하고 출발 신호가 전달된다.

조브리스트 CEO는 “이 기술 덕분에 모든 선수가 정확히 같은 순간에 출발 신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레이스의 시작이다. 완벽한 정확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피스톨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스포츠에서는 아주 작은 변화가 결과를 바꾸기도 한다”고 했다. 역사상 가장 진보한 포토피니시 카메라 ‘스캔 O 비전 미리아’도 마찬가지다. 결승선에 배치돼 초당 최대 1만개의 디지털 이미지를 기록한다.

1948년 올림픽부터 전자 계측 시대가 열렸다. [사진 오메가]

1948년 올림픽부터 전자 계측 시대가 열렸다. [사진 오메가]

오메가가 올림픽 타임키퍼로 참여한 건 1932년 LA올림픽부터 이번이 29번째다. 조브리스트 CEO는 “우리는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전자 타임키핑’, ‘포토피니시 카메라’, ‘포토셀’을 처음 도입했다. ‘기술’이 ‘인간의 눈’보다 정확한 결과를 내는 걸 처음 보여줬고, 경기를 기록하는 모든 방식에서 혁신을 이뤘다”고 했다. 그는 이어 “관중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4년 전부터 방송사와 계속 논의해왔다. 시청자들에게 어떤 정보를 보여줄지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조브리스트 오메가타이밍 CEO. [사진 오메가]

조브리스트 오메가타이밍 CEO. [사진 오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