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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터샷' 맞는 이스라엘 옆에선…"기괴하다" WHO도 한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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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고 있는 인도인들. [로이터]

인도 뭄바이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고 있는 인도인들. [로이터]

세 명 중 한 명은 식량 부족, 열 명 중 한 명은 기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목을 잡은 2021년 지구촌의 현주소다. 2000년 이래 꾸준히 감소하던 기아와 소득불평등 수치가 지난해 처음으로 치솟았다. 최근 유엔(UN)이 발간한 ‘식량 안보 및 영양 보고서’ 내용이다. 이처럼 팬데믹으로 교류·성장 기회를 박탈 당한 빈곤층(빈곤국)이 저성장·양극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 양극화 심화 #기아·빈곤, 2000년 이후 처음 상승 #백신·교육격차, 미래경쟁력도 위협

WHO "백신 불평등은 기괴할 정도"

국가 간 빈익빈 부익부의 단적인 예가 ‘부스터샷’이다.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심장이식수술 환자 등 면역 취약층을 상대로 세계 첫 백신 부스터샷(3차 접종)에 돌입했다. 이미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스라엘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이 같은 ‘삼중 방어’를 시작했다. 미국·영국 역시 부스터샷을 검토 중에 있다.

이미 백신 접종률 50~70%를 넘어선 선진국이 3차 접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미없는 탐욕”이라고 질타했다. 아프리카·동남아시아에선 백신 1회 접종률조차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는 국가가 상당수라서다. “백신 불평등이 기괴할(grotesque) 정도”(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라는 한탄이 나오지만, 경기 회복이 급한 이들 나라가 순순히 ‘자국 우선주의’를 포기할지 미지수다.

대륙별 백신 접종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륙별 백신 접종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세계 기아 90% 아시아·아프리카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인류의 기아·빈곤 퇴치를 역주행시켰다. 가디언·워싱턴포스트 등은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세계 인구의 3분의 1(약 23억7000만명)이 식량 부족에, 10분의 1(7억6800만명)은 기아 상태에 내몰렸다”고 보도했다. 기아 인구는 2000년 이후 2019년(6억5000만명)까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7억6800만명)에 처음으로 1억1800만명 늘었다.

식량 문제 역시 저개발국이 몰려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전 세계 기아 인구의 54.4%(4억1800만명)는 아시아에, 36.7%(2억8200만명)는 아프리카에 있었다. 전체의 91.1%가 두 대륙에 걸쳐 있다. 반면 북미와 유럽의 기아 인구는 비중이 낮아 보고되지 않을 정도다.

코로나19로 기아에 직면한 인구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로 기아에 직면한 인구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보고서는 코로나19와 더불어 “분쟁 증가, 경기 침체, 기후 변동”으로 인해 식량 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여러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가장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빠졌다. 국제시민단체 크리스천에이드의 ‘2020년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 조사·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동부는 상시적으로 출몰한 메뚜기떼로 85억 달러(약 9조원)에 달하는 식량 피해를 입었다. 홍수와 사이클론으로 인한 타격도 컸다.

코로나19는 신종 빈곤층도 만들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별로 시행한 각종 규제책으로 직장이나 수입원을 잃은 이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해서다. 유엔보고서는 이들의 숫자가 2020년 1억1900만~1억2400만명, 올해는 1억6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 인구의 대륙별 구성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아 인구의 대륙별 구성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시아 아동 3500만명 학교 떠나…노동·결혼 내몰려 

빈곤이 현재 시점의 불평등이라면, 교육 문제는 미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매트는 아시아개발은행의 자료를 인용해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폐쇄로 해당 지역 아동·청소년의 미래 수입이 연간 2.4%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빈곤층일수록 학교 복귀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유네스코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아시아 지역의 아동 3500만 명이 학교를 그만뒀다. 이들 중 상당수는 원치 않은 결혼이나 노동 시장으로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에 따르면 코로나19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아동 노동이 증가했다. 국제구호기구인 플랜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6월 인도네시아 지방법원에 제출된 미성년자 결혼신청건수가 2만4000건으로, 2012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빈곤율과 소득불평등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로 빈곤율과 소득불평등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더 디플로매트는 “코로나19가 결국 가난한 나라의 미래 경쟁력까지 둔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는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경제부양 패키지를 제공해야 하며 특히 소녀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보고서는 “식량 안보와 경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과감하고 대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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