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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물가시대 끝났다” 6월 물가 5.4%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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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의 향후 1년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이 6월 4.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수퍼에서 고기를 사고 있는 미 소비자들. [AFP=연합뉴스]

미국의 향후 1년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이 6월 4.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수퍼에서 고기를 사고 있는 미 소비자들. [AFP=연합뉴스]

인플레이션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태세다. 중앙은행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미국 소비자 등 경제 주체 간의 온도 차가 커지고 있어서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인은 앞으로 물가 상승세가 유례없이 오래갈 것으로 예상한다. 긴축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3년 만에 최대 상승 인플레 비상 #설탕·고기 등 식료품 사재기 현상도 #중국과 무역전쟁이 인플레 부채질 #기대인플레율도 4.8% 역대 최고치 #Fed “인플레 압력 일시적” 입장 고수

미국 노동부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4%를 기록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5.0%)를 상회한 것으로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다.

높아지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높아지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이 12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 기대지수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 동안 소비자가 예상하는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4.8% 였다. 2013년 뉴욕 연준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향후 3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은 3.6%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일부 수퍼마켓에서 설탕, 냉동육과 같은 주요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일부 식료품점들이 가격 상승에 앞서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일부 소매업자들이 올해 높은 가격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미시건대가 최근 조사한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도 4.2%였다. 지난 5월을 제외하면 2011년 4월(4.6%)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다.

사상 최대치 기록한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상 최대치 기록한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반면 Fed가 예상하는 올해 물가상승률은 3%다. 내년 이후에는 2.1%로 전망했다. Fed의 물가 목표치(2%)에 근접한 수치다. CNBC는 “현재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오래가지 않을 거란 Fed의 확신에도, 소비자는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나 기업 등 주요 경제주체가 자신이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의 물가를 예상한 수치가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물가 상승을 예상하면 소비를 늘리거나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임금이나 투자 규모,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장의 경제 심리가 반영된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제 물가를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물가 시대의 종언까지 언급하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이후 세계화가 퇴조하며 수입품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고령화로 인한 경제 활동인구 감소, 가격 하락을 이끌었던 e커머스 제품의 가격이 오르며 1970년대와 같은 고물가 시대가 닥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는 2018년 1월 3.1%에서 3년 만에 19.3%로, 6배 이상 높아졌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듯하지만, Fed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CNBC에 따르면 Fed는 이번 주 중 미 의회에 제출할 보고서에서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 때문이며,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진입하면 물가 압력도 약화할 것이란 것이다.

고용에 방점을 찍은 Fed의 입장에서 ‘인플레 파이터’의 본성을 드러내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 조사를 진행한 뉴욕연방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도 “고용과 물가 부문에서 아직 상당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대 고용률과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인 2%에 도달하지 않았기에 아직 Fed가 긴축으로 전환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Fed가 믿는 구석도 있다. 최근 목재와 구리, 농산물 등 급등하던 원자재 가격이 내림세를 보인다. 경기 회복의 척도로 여겨지는 국채 금리도 최근 들어 약세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해 3월 1.7%까지 치솟았으나 12일 1.36% 수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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