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와 함께 촉발된 대규모 폭동과 약탈이 발생해 군대가 긴급 배치됐다. 주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부패혐의 조사를 위한 사법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헌법재판소의 명령을 거부하다 구금됐다. 이 사태로 항구도시 더반의 LG전자 공장이 불에 타는 등 우리 기업도 큰 피해를 봤다.
주마 전 대통령 구금 항의 시위로 촉발
12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시위는 나흘 전부터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다가 지난 주말 경제 중심도시 요하네스버그로 확산했다. 이 와중에 사망자도 6명 발생했다. 남아공 군은 이날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병력을 배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 지역에서 상점 수십 곳이 폭도들에게 털린 가운데 콰줄루나탈주의 주도인 피터마리츠버그에선 한 대형 쇼핑몰의 지붕이 큰 화염에 휩싸이고, 요하네스버그에서도 대형마트가 약탈당했다.
더반 산업단지의 LG 공장은 이날 새벽 무장 폭도들이 습격해 전자제품을 약탈한 데 이어 오후에는 공장에 방화까지 일어나 전소했다. LG 관계자는 "대사관에 사건 발생을 알리고 현지 정부, 경찰, 소방 당국까지 연락해 경력 투입과 함께 진화를 요청했지만, 시위대가 현장에 있는 관계로 소방대 투입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인적 피해는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주남아공 박철주 대사는 "현지 당국과 협업하고 있다"면서 "이동을 자제하고 가급적 영업을 중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요하네스버그 시위대는 버스와 철도 서비스도 중단시키고 도심에 바리케이드를 쳐서 통근자 수만 명의 발이 묶였다. 마트 등의 약탈은 남서부 휴양도시 케이프타운까지 번진 가운데 소요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 상점 등 다수의 사업장이 영업을 중단했다.
요하네스버그와 콰줄루나탈에서는 수십 대의 차가 폭동 와중에 불탔다. 경찰은 지금까지 폭동, 방화, 약탈에 참가한 21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1일 대국민 담화에서 델타 변이에 따른 코로나 19 제3차 확산에 따라 제4단계 봉쇄령을 2주간 추가 연장하면서 폭력 시위자를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폭동 사태는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 장기화에 따른 주민 생활고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32.6%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