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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안해도 새 아파트 입주권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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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뉴스1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뉴스1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새 아파트 분양권을 얻으려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정부의 규제 방안이 논란 끝에 전면 백지화됐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국토법안소위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 중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에게 2년 이상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빼기로 했다. 지난해 6·17 대책에서 나온 것인데, 전세난을 부추기는 등 시장 혼란만 가중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결국 법안에서 빠지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주요 부동산 대책 가운데 중요 규제가 철회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재건축 조합원의 실거주 요건 자체가 투기 세력을 억제한다는 본래 취지보다는 정상적인 거래를 막아서는 등 시장에 여러 혼란을 불러왔다"며 "늦게나마 정부가 입장을 바꿔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지은 지 30년 이상이 된 재건축 단지는 집이 낡고 협소해 집주인이 대부분 외지에 살면서 전·월세를 주고 있었다는 점에 착안했다. 조합원에 2년 거주 의무를 부여하면 재건축 사업 진행을 지연시키고, 집값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집주인이 조합원 분양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법이 통과되기 전에 재건축 단지로 들어가려 하면서 해당 지역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규제가 예고되면서,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6·17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도정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친 단지는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이에 재건축 단지들은 앞다퉈 조합 설립을 서둘렀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지난 2월 4구역을 시작으로 5·2·3구역 등이 잇달아 조합설립 인가를 얻었다.

대신 조합 설립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려워 그 전에 거래를 마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의 경우 전용면적 245.2㎡가 조합설립 인가 직전인 지난 4월 80억원(11층)에 거래되며 6개월 전 67억원(9층)보다 13억원 뛰기도 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섣부른 규제 예고로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만 높여놓고, 전세난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6·17 부동산 주요 대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부]

6·17 부동산 주요 대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부]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둔 여당이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이런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경우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규제를 철회하면 투기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성규 위원은 "규제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 진입을 망설여왔던 사람들이 매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재건축 조합원 지위 조기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을 통해 규제 철회로 인한 투기 수요 발생을 일정 부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2년간 실거주할 경우에만 주택 거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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