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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이 정하면 따라야죠”…경선 연기 2R 급물살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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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경선 연기 논의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계기로 재점화했다. 지난달 당내에서 격하게 붙었던 경선 연기 공방은 이재명계의 원칙론이 힘을 받아 연기 불가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2차 논쟁에선 후보들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나타나, 지도부도 혼선에 빠진 모양새다.

이재명 “당이 정하면 따라야죠”…추미애ㆍ박용진 선회

'연기 불가' 진영의 대표격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12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 연기 관련 질문을 받곤 “당이 정하면 따라야죠”라고 답했다. 지난달 이 지사가 경선 연기론자들을 ‘가짜 약 장수’에 비교하며 연기 불가를 강하게 주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낮아진 톤이다. 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시간이 없어 원론적인 입장만 냈을 뿐, 연기에 대해선 여전히 반대”라면서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지난달처럼 강하게 대응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 임현동 기자

“경선 연기는 후보 간 유불리 논쟁에 불과하다”며 연기론에 반대했던 박용진 의원도 이날 입장을 선회했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지금 방역 당국의 지침은 국민 2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당이 (경선) 행사를 강행하는 것을 국민께서 어떻게 보실지가 일단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도부에 이런 우려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며 연기 반대를 주장했던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당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전날 예비경선 개표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인 이상 집합금지가 된 상황에서 민심을 제대로 경청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 전 장관측 관계자는 “상황이 바뀌었는데, 원칙만 고집스럽게 주장하기보단, 유연하게 대처하겠단 뜻”이라고 말했다.

연기론 진영에선 다시 불 지피기에 나섰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면, 방역 지침대로 거의 전면 비대면으로 (본경선을) 가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게 가능한지, 국민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도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달 당 지도부가 경선연기론을 반대한데 대해 “당이 유능해야 하는데 좀 졸속으로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도 “제가 알기로 이재명 후보만 입장을 유보했고, 다른 후보들은 당 지도부가 결단했으면 좋겠다고 촉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저도 그런(연기) 입장”이라고 말했다.

송영길“일정대로 치러야”→“거리 두기 성과보고 논의”

키를 쥔 송영길 대표는 전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와중에 총선을 치러낸 것처럼 이런 상황에서도 대선 경선을 일정대로 치러내야 한다”고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1월에 델타 변이 아니라 감마 변이가 나올지 어떻게 아나”라며 한 말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현동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현동 기자

하지만 각 후보의 연기 주장이 쏟아지고 난 이후인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선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 대표의 입장은 2주간의 4단계 거리 두기 성과를 보고, 경선 일정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면 그때 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의 입장이 변한 것이냐는 질문에 고 대변인은 “4단계 거리 두기 효과가 전혀 없다면 (일정 연기를) 논의는 해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대리인단 회의서도 경선연기론 분출

이날 오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 선거관리위원회-캠프 대리인단 회의에서도 경선 연기론이 분출됐다.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니까, 경선 일정을 연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경선 주자 6명의 대리인과 이상민 위원장이 만난 첫 회동이다.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이상민 위원장이 제안했고, 향후 주 3회씩 만나기로 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 임현동 기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 임현동 기자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비공개회의에선 이낙연ㆍ정세균ㆍ박용진ㆍ김두관 후보 측 대리인단이 경선 연기를 주장했다. “방역에 있어 한 치의 오점도 남기면 안 된다”(이낙연 측), “국민은 2명 이하로만 다니라고 해놓고, 대규모로 연설 다녀선 안 된다”(박용진 측) 등의 주장이 나왔다. 다만 이재명ㆍ추미애 후보의 대리인들은 이날 경선 연기와 관련해선 침묵을 지켰다.
이상민 위원장이 이 지사 측 대리인(박성준 의원)에게 “일정과 관련해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들으러 왔다”고만 했다고 한다. 추 전 장관 측 대리인은 통화에서 “경선 연기론이 공식 안건은 아니었고, 오늘이 첫 회의였던 만큼 의견을 내기보단 경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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