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리셋 코리아

세입자에게 고통 주는 임대차보호법, 폐지가 답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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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지난해 7월 발효된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집 구하기를 더 어렵게 해 세입자에게 고통을 주는 법이므로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발작적인 전셋값과 집값 폭등의 원인은 이 법 때문이다. 단기간에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같은 아파트 같은 집의 전셋값이 2배 차이 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뿐 아니라 강북,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 가리지 않아 사람들을 패닉으로 몬다. 전셋값 폭등이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다. 경제와 시장에 어두운 사람들이 잘못 설계한 법이 어떻게 시장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이 법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설픈 법이 전셋값·집값 폭등시켜
시장 외면한 법은 국민 고통 유발

개정 임대차보호법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임차인은 희망하는 경우 1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 갱신 요구권을 갖는다. 둘째, 계약 갱신 요구 때 전·월세 증액 상한을 5%로 제한한다. 셋째,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의 전환율을 2.5%로 제한한다. 이러한 내용을 강제하면 전셋값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관계는 일종의 항등식이기 때문이다.

주류 경제학은 임대료 규제에 반대한다. 임대료 규제가 미래의 세입자에게 뺏은 돈을 현재의 세입자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임대료는 상승하고 주택 공급의 양은 줄고 질은 나빠진다. 월세 증액 상한을 5%로 제한하는 내용만 내놓았다면 충격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월세가 5% 이상 급등할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세와 월세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전세 인상률을 월세와 같이 5%로 묶어 놓으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모든 조건이 같다면 전셋값은 월세가 움직일 때 같은 정도로 움직인다. 하지만 다른 조건이 변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금리가 하락하면 월세는 그대로여도 전셋값은 오른다. 전세에서 월세와 동일한 현금 흐름을 원하기 때문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알아차렸겠지만, 전세 제한법은 사실상 금리 제한법인 셈이다.

월세 상승만 제한하는 게 불편했던 정부가 월세뿐 아니라 전세 상승률의 상한을 5%로 묶자 충격이 생겼다. 거기에 시장에서 결정되던 전·월세 전환율을 2.5%로 강제로 고정하자 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은 지역마다 다르다. 강남보다 강북이 높고, 서울보다 지방이 높다. 강남은 4% 수준이지만 경북은 8%가 넘는다. 경남처럼 대략 7.5%의 전환율이 적용되는 지역에 2.5%가 강제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집값이 10억원인 집을 5억원에 전세를 놓는 경우를 보자. 7.5%의 전환율에서 월세로 전환하면 연간 3750만원의 임대료 수입을 올리던 사람들이 2.5% 전환율에서는 1250만원밖에 받지 못하게 된다. 동일한 수입을 얻으려면 전셋값을 15억원으로 3배나 올려야 한다. 하지만 전세는 집값보다 높을 수 없다. 집주인의 신용 위험 때문이다. 집값이 전셋값에 밀려 올라가게 된다. 그동안 가격 상승에서 소외된 지역까지 전셋값과 집값 상승이 무차별적으로 일어난 것은 이 지역의 전·월세 전환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2년의 계약 기간 갱신권을 주기 때문에 지금의 아수라장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만약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개정 임대차보호법을 폐지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법을 유지하면서 부동산 문제도 인간이 만든 것이니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반지성주의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내년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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