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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특별법으로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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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미국은 1990년만 해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의 39%, 생산량의 37%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9년엔 매출 점유율이 47%로 증가했음에도 생산량 점유율은 12%로 3분의 1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세계 반도체 매출의 19%로 세계 2위, 생산량 점유율은 22%로 세계 1위 수준이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에 59조원 투입 #특혜는 단견…9월 국회 통과되길

미국은 반도체 설계 강국이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은 대만·한국에 의존한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해외 의존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차량·IT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IT 산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또 중국의 반도체 산업 추격이 미국의 경제·안보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 향상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2022년부터 5년간 59조원을 지원하는 반도체산업지원법안과 미국파운드리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미국 인텔,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엄청난 세제 혜택을 해준다.

특히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연구·개발을 위해 투입하는 44조원의 50% 정도를 2022년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그만큼 시급함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가반도체센터 설립과 연구·개발 인력 양성을 위해 투입하는 14조원은 5년간 같은 금액으로 나누어 지원한다. 이는 반도체 기술과 고급 인력 양성이 장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K반도체 전략을 지난 5월 발표했다. 세액 공제, 규제 합리화, 인프라 지원, 인력 양성,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 차세대 반도체 기술 분야 선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K반도체 전략에 따라 정부는 2022년부터 3800억원의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정도 예산으로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추격하기 어렵다. 반도체 제조 공정과 차세대 패키지 기술 개발을 위해 추가 연구·개발 예산이 필요하다. 앞으로 5년간 안정적인 연구·개발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5년간 2조5000억원의 반도체연구기금 조성이 필요하다.

또 반도체 투자를 막고 있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회사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연구·개발과 생산시설을 구축할 경우 미국(2년~2년 6개월 소요)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수도권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 시설 건설과 관련한 법규를 완화하고 간소화해야 한다. 미국 애리조나주가 인텔·TSMC의 반도체 공장 신설을 돕기 위해 용수·전력·건설 인프라를 최우선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려면 미국처럼 세액 공제, 인프라 지원, 규제 완화·간소화,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이 포함된 5개년 계획이 필요하다. 이런 내용을 반도체산업 발전 특별법이 담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은 특별법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나 이는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단견이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매출액과 생산량 기준 세계 2위 수준이나 앞으로 이를 유지하거나 더 나아가려면 미국 등 경쟁국들과 동등한 수준의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반도체산업 지원 특별법의 제정 여부는 국내 반도체산업이 더 크게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잃어 도태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게 소재·부품·장비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장기적으로 육성시키기 위한 것인 만큼 9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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