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에 오른 영국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친서 한장에 들썩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여왕은 10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응원 메시지를 담아 친서를 보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친서에서 “난 55년 전 (대표팀 주장이었던) 바비 무어에게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수여하는 행운을 누렸다”면서 1966년 서독을 꺾고 월드컵 결승에서 우승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왕가 일원 모두가 결승에 오른 감독과 선수들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내일 잉글랜드 대표팀의 성공은 물론 정신력과 헌신, 자부심이 모두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잉글랜드 축구 팬들은 여왕의 응원 메시지에 열광했다. 급기야 한 네티즌은 “여왕의 친서 속에 숨겨진 메시지가 있다”며 단어 앞글자를 조합해 ‘(축구가) 고향으로 돌아온다(It's coming Home)’는 문구를 만들어냈다.
이는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유로 2020 슬로건 ‘축구가 고향으로 돌아온다(Football's Coming Home)’에서 기원한 대표팀 응원가다.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옛 전성기를 되찾아 오자는 의미로, 유로 2020 내내 영국 거리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잉글랜드 축구 팬들은 이 네티즌의 게시글에 “우연이 아니다”라며 엘리자베스 여왕도 승리를 기원하며 재치있게 메시지를 숨겨놓았다고 해석했다. 다만 왕실은 이 암호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1960년 유로 첫 대회 이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이번 결승전(한국시간 12일 오전 4시)에서 이탈리아를 꺾으면 사상 첫 유로 우승이자,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승리 이후 55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
그렇다 보니 영국은 흥분의 도가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 회장이기도 한 윌리엄 왕세손도 “온 나라와 온 국민이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면서 “우승컵을 반드시 가져와 달라”고 당부했고, 보리스 존슨 총리 역시 “대표팀이 우승을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고 힘을 보탰다.
다만 승리에 대한 기대감에 젖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조치는 뒷전이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은 7일 이후 사흘 연속 신규 확진자 3만 명을 넘어서면서 5개월 반 만에 연일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