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비디오 살인 장면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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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어린이들까지 손쉽게 구해 즐겨 보고 있는 공포비디오물이 잔혹하고 무의미한 살인장면 등을 지나치게 묘사, 오락적 차원을 넘어 정신건강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YMCA 「건전 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최근 가장 인기가 좋은 공포비디오물 10편을 집중 모니터 한 결과, 이 같은 해악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공포비디오물에 대한 엄격한 심의와 어린이들에 대한 올바른 시청지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모니터결과 나타난 최근 공포비디오물의 경향은 첫째, 정신 질환자나 이상성격의 인간에 의한 도발적이고 무차별 살인이 남행 돼 인명경시와 인간에 대한 공포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모니터 대상비디오 10편의 평균 살인횟수가 9건에 달했으며 『비욘드』(The Beyond)라는 비디오의 경우 90분간 무려 30여 회의 살인이 반복되었다. 즉 기본적인 줄거리도 없이 시종일관 잔인한 연쇄살인 장면만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귀신이나 괴물 등 악의 상징을 물리치는 내용을 주로 다뤘던 과거의 공포물과 달리 인간에 의한 연쇄살인을 통해 인간의 악한 면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불신과 두려움을 갖게 할 우려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둘째, 살인방법이 상상을 초월한 기괴하고 잔혹한 양상을 보이고, 또 이를 직접적으로 자세히 묘사해 지나친 공포심과 심리적 불안정을 초래하며 심지어는 불쾌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즉 섬세한 심리묘사로 상상을 통한 공포 조성과 해소라는 고급차원이 아니라 도끼·갈고리·삽·전기톱 등 자극적인 도구에 의한 살인과 살해된 인간의 참상을 묘사하는 저급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셋재, 살인에 선정적인 장면을 결합해 엄청난 범죄인 살인과 죽음의 의미를 흥미거리로 받아들이게 했다는 점이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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