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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서 17% 올랐다던 서울 집값 통계…표본 늘렸더니 상승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부동산원이 주택 표본 수를 3배 이상 확대한 결과 서울 아파트값이 전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활용하는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는 민간 통계와 큰 격차를 보이며 체감 상승 폭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8일 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5일 기준 )은 0.15%였다. 이는 2019년 12월 19일 조사에서 0.20%를 기록한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부동산원은 이번 주 조사부터 표본으로 삼는 아파트 가구 수를 기존 9400가구에서 3만2000가구로 3배 이상 늘렸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는 집값 통계가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로 표본을 늘렸더니 상승률이 더 가팔라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기존 표본으로 조사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3%로 바뀐 표본보다 0.02%포인트 낮았다.

서울 자치구별 상승률도 표본 확대 전후 크게 차이가 났다. 은평구의 경우 기존 표본으로 조사한 상승률은 0.07%지만, 신규 표본의 결과는 0.13%로 0.06%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성북·관악·용산구 등도 표본 확대에 따라 상승률이 0.05%포인트 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표본 변경 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축소된 곳은 양천구(0.13→0.11%)가 유일했다.

이에 부동산원 관계자는 "기존에 표본을 구성할 때 아파트의 규모나 건축연령 등을 고려했다면, 이번 개선을 통해 가격 분포까지 반영한 것이 특징"이라며 "서울의 경우 최근 중저가 아파트의 상승률이 높은데, 가격 분포를 반영한 표본이 구성되면서 변동성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표본 확대 전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표본 확대 전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하지만 표본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변동성을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정부의 집값 통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해 7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 때문이었다. 김 전 장관은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상승률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서울 집값은 11%, 아파트 가격은 14% 올랐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청와대에 같은 질문을 했을 때도 17.17%라는 답을 들었다. 이는 이번에 표본 수를 재조정한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을 인용한 것이었다.

부동산원의 집값 통계는 크게 주간·월간 단위로 발표하는 매매가격지수와 월간 단위의 실거래가지수로 나눌 수 있다. 부동산원의 매매가격지수는 전문조사자가 '거래 가능 가격'을 산출해 기하평균 방식(제본스지수)으로 산정한다. 주택의 거래가 없더라도 전문조사자의 판단에 따라 가격 흐름과 상승률을 정하는 방식이다. 이 조사는 짧은 기간(주간 단위), 많은 지역의 가격 흐름과 변동성을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표본을 늘리고 조사 대상을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조사원의 평가 가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의 가격 변동보다는 덜 민감하다. 요즘처럼 집값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다른 통계에 비해 변동률이 낮을 가능성이 높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부동산원의 실거래가지수는 지수산정 기간 중 실거래 신고가 2회 이상 발생한 동일주택의 가격 변동률과 거래량으로 산출한다.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 케이스-실러 지수와 산출방식이 유사하다. 실거래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민이 체감하는 집값 변동성에 근접하다. 부동산원의 실거래가지수 역시 2017년 4월 92.9에서 올해 4월 162.9로, 77.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주택가격 통계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주요 주택가격 통계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하지만 부동산원은 이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조사 특성상 서울‧수도권의 대형 아파트 단지 등 거래가 많은 지역 동향 위주로 반영해 전국 모든 주택의 변동률을 대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에서도 실거래가지수는 부동산 거래가 많은 대도시권 위주로 발표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사한 통계가 너무 많아 혼선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원 외에도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 부동산114 등도 매주 집값 동향을 발표하는데, 조사 방식이 서로 달라 다른 결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원의 지난 5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48%였는데, KB부동산은 0.80%다.

또 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 역시 주간과 월간 표본이 서로 달라 결괏값에 차이를 보인다. 부동산원은 현재 아파트값 주간 조사에 3만2000가구, 월간 조사에 3만6000가구(전체 주택 4만6170가구)의 표본을 활용하고 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선 아예 주간 조사 발표를 포기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원의 국가 공인 통계가 민간 기관이 발표하는 통계와 차이점이 있다면 검증 과정을 통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며 "통계 조사 대상, 방법 등을 자세히 밝히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통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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