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전행 그뒤…"충청대망론 적임자"vs"충청을 현혹말라"

중앙일보

입력 2021.07.08 05:0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일 민생 투어 첫 방문지로 대전을 찾으면서 이른바 ‘충청대망론’이 달아오르고 있다. 충청대망론은 충청도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기대감을 표현한 말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참배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참배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충청대망론은 지역 정서"

윤 전 총장은 이날 대전 유성구 라도무스아트센터에서 열린 충청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충청 대망론과 관련, “옳고 그르다 비판할 문제가 아니고, 지역민 정서”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양승조 충남지사가 자신을 향해 ‘충청대망론을 언급하지 말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이 충청대망론을 실현할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또 “충청 출신 대통령이 되신 분이 없어서 충청대망론이 계속 언급되는 것 같다”며 “저희 집안은 충남 논산 노성면 윤씨 문중 집성촌에 뿌리를 두고 500년을 논산과 연기·공주 등지에서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충청인께서 저에 대해 충청대망론을 구현할 인물로 생각해 주시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2016년 대전고검에 부임해 1년 반 동안 근무했고, 5년 만에 찾게 돼 반갑다”며 “충청 지역은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어지면서 상당한 경제적 번영과 발전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그런 기대를 충족하는 데 미흡했다”고 말했다. 또 “지역 균형발전이 필요하고, 충청지역 안에서도 여러 거점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 묘역을 참배한 뒤 전사자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 묘역을 참배한 뒤 전사자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양승조 "윤석열이 대망론 적임자인지는 의문" 

반면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양승조 충남지사는 7일 '윤석열 충청대망론'에 대해 "어불성설, 언어도단"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양 후보는 YTN라디오 '출발새아침'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충청권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윤 전 총장이 충청권 대망론 적임자인지 아닌지에는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충청과 대망론의 주자라고 생각하신다면 충청에서 태어났든지 학교에 다녔든지 아니면 생활을 했든지 충청의 이익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던 게 있어야 한다"면서 "윤 전 총장은 아버님, 조상이 충남이라는 거 외에는 다른 게 없다. 충청과 대망의 주자라는 것은 좀 어불성설이, 언어도단이 아닌가"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출신이다. 윤 전 총장 부친인 윤기중(90) 연세대 명예교수가 공주시 탄천면 장선리와 논산시 노성면 죽림리에서 거주했다. 행정구역은 공주와 논산으로 나뉘어 있지만, 이들 동네 간 거리는 2~3㎞에 불과하다. 이들 2개 동네와 윤증 고택이 있는 노성면 교촌리는 과거 파평 윤씨 집성촌이었다. 지금도 파평 윤씨들이 모여 살고 있다. 파평 윤씨는 동북 9성을 쌓아 거란군을 몰아내고 고려를 구한 윤관 장군의 후손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2030 의견청취' 간담회에서 원자핵공학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메모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2030 의견청취' 간담회에서 원자핵공학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메모하고 있다. 뉴스1

충청 "윤석열 시대정신과 함께 신드롬 형성" 

충청권 대권주자들의 발언을 계기로 충청대망론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충청권은 영·호남과 함께 대한민국 사회를 구성하는 3대 축이지만, 지금까지 대통령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했다. 만년 2인자 역할을 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포함해 이회창·안희정·이완구·반기문 등 대권에 실패한 인물만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필 기회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대전시민 강영환(행정학 박사)씨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과 함께 형성된 윤석열 신드롬이 상당 기간 지속했기 때문에 다른 분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충청대망론에는 충청은 물론 국가 전체의 기대도 담겨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강씨는 “정치인에게 정치적 고향은 어려울 때 에너지를 얻고,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첫 민생 투어 충청(대전)을 찾은 것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명 한남대 명예교수는 "정치인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에 관심을 가져야 국가를 경영할 능력도 생긴다"고 말했다.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 TV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 TV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이상민 "충청인 현혹하려 하지마" 

반면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충청대망론에 비판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민주당 이상민(대전 유성을)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석열씨! 함부로 충청인 현혹하려 하지 마시오. 어디 조상, 부친 운운하며 충청에 연줄 대려 합니까”라고 했다. 이 의원은 “역겹고 가소롭다. 충청인들이 그렇게 얕잡아 보입니까”라며 “당장 헛되고 가장된 행태를 멈추시오”라고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페이스북

이를 놓고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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